▲ '2017년까지 일자리 4만개 창출'을 공언하는 김범석 쿠팡 대표    


 [중앙뉴스=신주영기자]온라인쇼핑사이트 쿠팡(www.coupang.com)이 지난해 4천억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비용 부담 때문에 김범석 대표가 직접 공언한 '2017년까지 4만여명 누적 채용' 계획도 실현 가능성이 흐려졌고, 업계에서는 '쿠팡맨'으로 상징되는 쿠팡의 '직접 구매·물류' 실험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4천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른바 '소셜커머

스'로 함께 분류되는 경쟁사들이 작년 적자 규모가 1천억~2천억원대에 이른다고 인정하는 가운데, 이를 근거로 쿠팡의 거래액·매출·물류비용 등을 추산하면 영업손실 규모가 최소 4천억원을 넘는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쿠팡은 앞서 지난 2014년에도 1천215억원의 적자를 봤고, 이는 티몬(영업손실 246억원)·위메프(영업손실 290억원)의 네 배를 웃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 내부에서도 지난해 적자 규모가 4천500억~4천600억원 수준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쿠팡의 적자 폭이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쿠팡맨'과 '물류센터' 등을 포함한 배송·물류 관련 비용이 꼽힌다.

 

쿠팡은 현재 전자상거래 업계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직접 물건을 사들여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이 같은 직매입·물류 방식은 택배사와의 제휴 등을 통한 배송 시스템에 비해 비용이 두 배 이상 든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규모 부지의 물류센터를 확보·운영하고, 쿠팡맨과 같은 배송 인력과 차량을 직접 고용하는데 큰 돈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 운영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쿠팡맨과 물류센터 피커(주문 물품을 담고 포장하는 직원)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만 단순 계산해도 한 해 각각 1천500억원과 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쿠팡맨과 피커 수가 각각 3천600명과 3천명이고 이들의 연평균 급여가 각각 4천만원과 2천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쿠팡이 현재 쿠팡맨 배송 한 건당 약 1만1천원을 쓰고, 배송비로 2천500원을 받아 결과적으로 약 8천500원의 적자를 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정설처럼 굳어진 상태다.

 

쿠팡 관계자는 4천억원대 적자설에 대해 "지난해 물류 투자 강화 때문에 적자 폭이 꽤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4월 감사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확정적 수치를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 처럼 대규모 연간 적자가 불가피해지자 적자 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난해 11월께부터 엄격한 비용·지출 관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쿠팡이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할인 쿠폰 등을 뿌리며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써왔는데 지난해 말부터 쿠폰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최근 마트와의 기저귀·분유 최저가 경쟁 과정에서 할인 혜택이 다소 늘었지만 예전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심지어 조직 회식비 지원과 워크숍 등 행사를 축소·중단하고, 법인카드를 회수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쿠팡이 '불법 택배업' 논란 속에서 강조한 물류 관련 고용 계획도 실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 '2017년까지 일자리 4만개 창출'을 공언하는 김범석 쿠팡 대표     

 

김범석 대표는 지난해 11월 언론 간담회에서 "배송인력 강화를 위해 현재 3천500여명인 쿠팡맨을 2015년 말까지 5천명, 2016년 1만명, 2017년 1만5천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6천여명인 물류센터와 CS(콜센터)직군 직원 수도 2016년 1만8천여명, 2017년 2만4천여명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쿠팡에 따르면 이달 2일 현재 쿠팡맨 수는 3천600여명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작년 11월 당시와 거의 차이가 없다.

 

쿠팡 관계자는 "목표와 차이가 나는 것은 채용계획 발표 이후 쿠팡맨 채용기준 강화와 채용 후 안전관련 교육 강화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불황을 맞은 조선업체의 연간 적자 규모가 1조원대인데 제조업도 아닌 한 유통업체가 실제로 한해 4천억~5천억원의 적자를 봤다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쿠팡이 아무리 지난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1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지만 작년에 이어 연간 수 천억원의 적자가 계속 누적된다면 소비자나 투자자나 '지속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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