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공천배제가 '학살'이라며 반발하는 컷오프 대상자들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본격적인 총선 공천 작업에서 현역 의원들을 거침없이 컷오프 시켜 많은 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새로 탄생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대표 자리에 앉은 김종인. 그러나 그를 당으로 모셔 온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들을 대표적으로 쳐내고 있어 친노계로부터 큰 미움을 사고 있다. 이해찬, 정청래 등이 친노계에서 컷오프 당한 대표적인 의원들이다.

 

정청래 의원이 공천 배제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다. 일부 동료 의원들은 재심을 요구했고, 지지자들은 당사 앞 항의시위를 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진성준·최민희 의원은 "재고를 요청한다"고 했고, 은수미 의원은 "정부여당을 향해 두려움 없이 발언하고 당 방침을 관철하려 한 의원으로, 재심 기회를 달라"고 했다. 

 

▲ 김종인 대표의 컷오프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SNS에서도 지지자들이 "나도 탈당하겠다"는 등 비판 글을 쏟아냈고, 더민주 공식 홈페이지와 의원 공식 사이트는 접속 폭주에 마비되기도 했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 동교동에서 청년들과 호프미팅을 할 예정이었지만 정 의원 지지자들이 온다는 소문에 장소를 급작스럽게 변경했다. 한 때는 행사 취소까지 검토됐으며 새로운 장소는 일부 기자들에게만 공지됐다.

 

오후 5시부터는 여의도 당사 앞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제안으로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도 열렸다. 지지자들은 "정청래 죽이기 결사반대! 당대포 사라지면 총선필패!" 등의 팻말을 들고 컷오프 철회를 요구했다. 이후 정청래 의원은 당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결국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에 정청래 의원 컷오프 후폭풍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6선의 중진 의원인 세종시의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 소식에도 당이 몸살을 앓았다. 이 전 총리는 '세종시 완성과 정권교체를 위해 돌아오겠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저에 대한 공천 배제 발표는 이유와 근거가 없다"며 "도덕성이든 경쟁력이든 의정활동 평가든 합당한 명분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김종인 비대위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공당의 결정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 합의된 방식에 따라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는 안 된다. 저는 부당한 것에 굴복하는 사람이 아니다. 저 이해찬은 불의에 타협하는 인생을 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제 잠시 제 영혼과 같은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려고 한다. 이번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세종시 완성과 정권교체를 위해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당과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앞으로 정치에 몸담을 후배들을 생각해도 이러한 잘못된 결정은 용납할 수 없다"며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당내 반발뿐만 아니라, 당 밖에서도 김종인 대표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김 대표를 향해 독단적이고 독선적이며 오만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한 정무적 판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정무적 판단이 옳았는지의 여부는 4.13 총선의 더민주 의석수가 그 결과를 말해줄 것이다. 그는 당이 107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107석을 확보해 김종인 대표가 당에 계속해서 남을 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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