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만년 적자 기업인 코데즈컴바인이 최근 이상 급등하며 코스닥 시장을 뒤흔들었다.

 

회생 절차를 밟았던 부실기업이 불과 수 거래일간의 '묻지마 급등'으로 졸지에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 뛰어올라 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유통물량이 적은 이른바 '품절주'라는 특성을 배경으로 벌어진 이번 사태로 코스닥 시장의 취약성이 또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코스닥의 현실…'상장폐지 위기' 종목이 시총 3위로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95년 설립돼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국내 의류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코데즈컴바인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유니클로와 자라(Zara) 등 외국 SPA 브랜드가 고객층을 흡수한 데다 2010년 박상돈 당시 대표 부부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지분 매입 등 분쟁을 겪으며 경영 상태가 극도로 악화됐다.

 

결국 작년 2월 파산 신청을 하며 주권 매매가 정지됐고, 같은 해 3월에는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중간에 상장폐기 위기까지 겪은 코데즈컴바인은 작년 8월 최대주주를 내의 제조업체인 코튼클럽으로 변경한 데 이어 작년 12월 24일에는 200대 1의 감자를 완료하며 주권 매매가 재개됐다. 지난달 3일에는 회생 절차도 종결됐다.

 

거래 정지 당시 종가가 509원(시가총액 258억원·시총 905위)이던 코데즈컴바인은 감자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작년 12월24일 4만원(시가총액 1조590억원·시총 17위)으로 거래를 재개했다.

 

이후에도 줄곧 2만∼3만원대에서 움직이던 코데즈컴바인의 주가는 지난 3일 갑자기 상한가로 치솟고서 지난 15일까지 7거래일 동안 4번 더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사이 주가는 551% 뛰었다.

 

 

▲ 코데즈컴바인

작년 영업손실 225억원으로 4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은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묻지마 급등'이다.

 

지난 2일 기준 시가총액 순위는 25위(8천770억원)였지만 이상 급등세로 지난 11일 동서를 제치고 시총 3위에 올랐다. 지난 16일에는 국내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인 카카오를 제치고 장중 한때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별다른 호재도 없이 이상 급등세를 연출한 '꼬리' 때문에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코스닥시장은 7개월 만에 700선 돌파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을 맞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코스닥 지수 상승이 사실상 코데즈컴바인에 의한 착시 현상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데즈컴바인이 하한가로 추락한 지난 17일 코스닥 역시 8거래일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지수 산출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코데즈컴바인에 의한 지수 왜곡을 지난 2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에 적용해 계산해 보면 12포인트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관리종목을 지수 산출에서 제외하는 것과 유동비율 가중 방식의 시가총액 산출 방식을 사용하는 것 등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지수산출 방식을 바꾸는 건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코데즈컴바인은 16일부터 투기 세력과 차익 실현 매물이 충돌하며 장중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다가 사흘 내리 하락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3조4천210억원까지 줄어 몸집이 최대로 불어났던 지난 15일(5조7천180억원)에 비해 40% 감소했다.  

 

◇ '품절주' 시장교란 뿌리 깊다…29거래일 연속 상한가 기록도

 

코데즈컴바인 주가의 이상급등이 가능했던 것은 유통물량이 적은 이른바 '품절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데즈컴바인의 상장 주식 3천784만주 가운데 99.4%인 3천759만주가 보호예수로 묶인 탓에 실제 유통되는 주식은 0.6%인 25만 주에 불과하다.

 

유통 주식의 수급 불균형 탓에 적은 수량의 매수 주문에도 가격 변동성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년 가격제한폭 확대를 전후로 신라섬유, 양지사, 팀스 등 유통물량이 많지 않은 일부 종목과 태양금속우를 비롯한 우선주가 대거 급등한 것도 비슷한 원리다.

 

이처럼 유통 주식 수가 적은 종목이 이상 급등세를 보이며 시장을 교란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9년에는 대구백화점 우선주가 사상 최장 기간인 29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대구백화점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였다.

 

당시 유통 가능한 주식이 4천280주밖에 안 됐던 대구백화점 우선주는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하루 거래량이 10∼400주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시 증권거래소는 상장 물량이 적으면서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투기성 우선주에 대해 강제적으로 상장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그 뒤로도 수많은 논쟁이 이어졌고 2012년에는 시가총액이 5억원을 밑돌거나 월평균 거래량이 1만주 미만인 우선주 등에 대한 퇴출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또 한 번 시장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거래소가 서둘러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코데즈컴바인의 주가가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인터넷 주식 카페 등을 중심으로 '제2의 코데즈컴바인'을 찾아 묻지마 투자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소가구업체인 팀스는 지난 17~18일 아무런 호재 없이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천일고속 등 다른 품절주의 주가도 들썩이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 등 특별한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급등하는 종목의 경우 단기간에 급락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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