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인준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치한 27일 본인 사무실에 머무르며 추이를 지켜봤다. 김 후보자 측근은 모언론지와 통화하면서 "김 후보자는 하루 종일 광화문 사무실에서 자료 등을 정리하며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챙겼던 여러 가지 정책 현안들을 다시 점검했다"고 전했다.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처음 알게 된 시점이 ‘2006년 가을 이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위증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김 후보자는 2006년 2월21일 한 출판기념회에 박 전 회장과 함께 참석해 나란히 사진을 찍은 것으로 경남신문 인터넷판(2006년 2월22일자)을 통해 27일 확인됐다.    [국회=지완구 기자]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하겠다는 당과 청와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27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에 나선 의원들은 일제히 김 후보자와 일부 장관·청장 후보자들이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 분위기가 급변함에 따라 한나라당은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늦추자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들은 회동을 갖고 이날로 잡혀있던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 본회의 일정을 9월 1일로 늦추기로 합의했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처리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당 내부의 반발이 예상 외로 거세다는 점도 고려됐다. 나흘가량의 기간 동안 여론의 흐름에 따라 청와대의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의원들이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물론 향후 당청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당초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지적하던 목소리가 이들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민정수석실 등 청와대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그동안의 당청관계에 대해 쌓여 있던 불만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고심에 빠졌다. 당내 단속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표결을 밀어붙이는 것은 부담스럽다. 최악의 경우 당내에서 조직적 반발표가 나오면서 통과되지 못했던 세종시 수정안 투표의 재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이재오 특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는 이날 해당 상임위에서 채택됐다. 이 특임장관 후보자 경과보고서는 여야 합의로, 이현동 후보자 경과보고서는 표결로 채택됐다.

하지만 신재민 후보자와 이재훈 후보자에 대한 경과보고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이를 김후보는 예상했듯 지난 26일 김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며 총리 인준을 부탁했다. 하지만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왜 기본적인 것도 거짓말을 하느냐"는 지적을 받는 등 야당 의원들에게 여러 가지 '쓴소리'를 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측근은 "오늘은 인사청문특위도 바쁘게 돌아갔고 본회의 개최를 놓고 여야 간 협상이 오갔던 만큼 당부 전화는 걸지 않았다"며 "오는 1일로 예정된 본회의 표결까지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다. 한나라당 의원연찬회도 있는 만큼 의원들 고언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 인사권의 문제"라며 "아직 여야 간, 여당 내부 간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국회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등 모든 절차가 끝난 다음에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9월 1일까지 청와대의 강행 방침과 한나라당 내부의 김 후보자 자진사퇴 여론이 정리되지 않고 계속 평행선을 달린다면 당청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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