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로부터 내부거래와 관련 과징금 9억 부과 받아

[중앙뉴스=김종호 기자] ‘3세 경영’시대를 알린 세아그룹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내부거래와 관련해 약 9억원의 과징금을 부가받았다. 값싼 중국산 철강재의 거센 위협과 공급과잉, 보호무역 강화 등의 거듭된 악재가 분출되는 양상속에서 세아그룹은 출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세아그룹의 ‘3세 경영인’인 이태성 세아베스틸 전무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는 나란히 최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임원에 올랐다. 동갑내기 사촌형제 지간인 두 사람이 세아그룹의 ‘형제 경영’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

 

 특히 세아그룹은 철강업계 중에서도 오너일가의 색채가 가장 짙은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서울시 마포구 합정역 부근에 있는 세아제강그룹 본사 사옥 전경.  

  

최근 세아그룹이 소액주주, 채권자들에게 회사의 내부거래 정보를 충실히 알리지 않다가 적발돼 거액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세아, 현대산업개발, 태광그룹 소속 73개 계열사가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를 제대로 했는지 점검한 결과 13개사가 30건의 공시의무를 위반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해당하는 이들 기업이 내부거래 관련 의결 및 공시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에 나선 것이다. 점검 대상 기간은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이다. 공정위는 매년 점검 대상 기업을 선정해 점검을 실시 중이다.

 

올해 첫 점검대상으로 꼽힌 세아그룹과 태광그룹, 현대산업개발은 모두 공정위의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3개 그룹사를 합해 총 30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현대산업개발은 3개 계열사에서 7건, 태광그룹은 3개 계열사에서 3건이 문제로 지적된 것에 비해, 세아그룹은 7개 계열사에서 총 20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세아그룹의 적발된 계열사 7곳은 세아베스틸(8건), 세아이앤티(5건), 세아제강(2건), 세아엔지니어링(2건), 세대에셋(1건), 세아홀딩스(1건), 드림라인(1건) 등이다.

 

대기업 계열사는 특수관계인과 자본금의 5% 또는 5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할 때 먼저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공시해야 한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대기업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를 견제하면서 감시하기위해 생긴 규정이다.

 

세아그룹의 7개 계열사는 의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공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공정위는 세아베스틸 4억9,000만원, 세아이앤티 1억6,852만원 등 세아그룹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8억8,93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2012년 4월 1일 자로 개정된 공정위 법령 중 상호출자 제한기업 내부 거래 금액 공시기준이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변경됐는데, 일부 계열사의 경우 이에 대한 담당부서의 이해가 부족했거나 뒤늦게 인지하였음이 확인됐다"며 이어 "이후로는 철저히 해당규정을 준수해 오고 있다.(세아베스틸의 경우 2014년 3분기 부터)"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자사는 공시제도를 철저히 인지하고, 성실하게 준수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세아그룹 3세 쌍두마차 경영

 

철강업계에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최근 세아그룹은 3세 경영체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3세 경영체제는 수많은 뒷말을 쏟아내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최근 세아그룹 3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故 이종덕 창업주의 손자이자, 동갑내기 사촌관계인 이태성 세아베스틸 전무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가 나란히 공식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섰다.

 

이태성 전무는 지난 18일 세아베스틸 주주총회에서, 이주성 전무는 25일 세아제강 주주총회에서 각각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둘 다 1년여 간 서울 본사와 지역 공장을 주 2~3회 왕복하며 경영수업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성 전무는 지금은 고인이 된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이고, 이주성 전무는 현재 세아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순형 회장의 장남이다. 이순형 회장은 故 이운형 회장의 동생으로, 한마디로 형제경영에 이어 사촌경영이 진행중인 것이다.

 

동갑내기 사촌에 같은 시기 공식 데뷔, 이 때문에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를 비교하는 시선이 많은게 사실이다.

 

세아그룹은 지주사 세아홀딩스를 중심으로 세아특수강, 세아베스틸, 세아제강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 경영총괄과 세아베스틸 대표이사 겸직하면서, 특수강사업에 힘을 전력투구 하고 있다.

 


이주성 전무는 세아제강 경영기획본부장 겸 영업본부장으로, 그룹의 모태인 강관사업과 해외 자회사를 관리한다. 현재 세아그룹 상황은 이태성 전무에게 다소 유리한 상황이다.

 

2015년 4월 기준 상호출자제한 일반기업 지정에 따른 세아그룹의 재계 서열은 40위, 자산총액은 6조8010억원이다. 건실한 성장을 거듭한 끝에 2014년부터 동국제강을 밀어내고 포스코·현대제철과 함께 철강업계 'Big3'로 자리매김했다.

 

세아그룹이 이렇게 성장하는데 일등공신은 '특수강' 때문이다. 실적도 말해주고 있다. 특수강을 앞세운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영업이익 2223억원으로,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수강 국내 시장 점유율도 50%에 이른다.

반면 세아제강은 지난해 영업이익 77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 3세 경영체제... 계열분리와 상관정도는?

 

3세 경영체제는 그룹 계열분리 소문과 묘하게 연결되는 양상이다. 때문에 철강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어느쪽에 경영권 무게가 실리고 있다'거나 '계열분리가 불가피한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이태성 전무는 세아제강 주식 4만주(0.67%)는 그룹 계열사인 해덕기업에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주된 이유는 상속세 마련이다. 처분 단가는 4만9800원으로 책정됐고 이 전무에게는 19억9200만원 규모의 현금 여유분이 생겼다. 이태성 전무는 이운형 회장이 타계한 뒤 세아홀딩스 지분 71만주 가운데 약 33만주(8.41%)를 물려받은 바 있다.

 

이태성 전무의 세아제강 주식 매각은 자연스럽게 이순형 회장의 세아제강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여타 회사들과 조금 다른 세아그룹의 내부 조직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세아그룹은 지주사 세아홀딩스가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이태성 전무와 그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절반을 약간 초과한다. 세아홀딩스는 세아베스틸, 세아특수강 등 대부분의 주요 계열사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다만 세아제강은 예외다. 형제경영체제를 이어오면서 느슨한 이분화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이태성 전무 일가가 보유한 세아제강 지분은 21.48%,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전무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28.24%다. 하지만 2014년부터 이태성 전무가 세아제강 지분 일부를 꾸준히 매도했고, 이주성 전무는 꾸준히 매입해 기존 격차가 더 벌어졌다.

 

때문에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가 각각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의 지분을 늘리면서 일각에서는 향후 경영권 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성 전무가 세아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고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전무를 주축으로 세아제강이 독립한다는 계산이다.

 

후대로 내려 갈수록 유대관계가 희석되는 형제경영체제에 관한 세상의 통념과 시간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정부의 대기업 규제정책이 이같은 소문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재벌에 의한 시장경쟁 저해를 막는다는 취지하에 직전년도를 기준으로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세아그룹은 매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돼있다.

 

하지만 세아그룹에서 세아제강이 계열분리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7조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지닌 세아그룹에서 세아제강이 분리되면 세아그룹은 대기업 집단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2년 내에 계열사 간 채무보증 완전 정리 규정을 비롯한 각종 골치 아픈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대기업 집단 하위권에 속한 몇몇 기업은 크기를 줄여 해당규제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세아그룹 관계자는 " 이태성 전무의 지분매도는 상속세를 내기위한 현금확보 성격이 강하며, 또한 이주성 전무의 지분매입은 기업정신인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며 이어 "국내외 철강업계의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속에서 그룹의 힘을 합쳐 위기를 타개할 시점이므로 계열분리는 있을수 없다"고 밝혔다.

 

▲ 세아제강 해고노동자, 양화대교에서 고공 농성
 

지난 24일 오전 양화대교 교량 위에서 한 해고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이다 3시간여만에 내려왔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께 김모(60)씨가 서울 마포구 양화대교 중간지점 아치 구조물 위에 올라가 '세아제강 해고자들 복직'이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농성을 했다.

 

4시간여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씨는 경찰의 중재로 다음달 20일까지 회사 측과 복직 협상을 하기로 약속한 뒤에야 내려왔다. 김씨는 서울 마포경찰서로 이동해 2시간여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김씨는 지난 1985년 파업 준비를 위해 무단 결근했다는 이유로 서울 마포구 소재 철강회사 세아제강에서 해고됐으며 2010년부터 최근까지 회사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이번 양화대교 고공농성에 관련해 세아제강 관계자는 "월요일(28일)부터 인사팀과 복직과 위로금에 관한 교섭이 진행중이다. 아직 당사자와 의견차이에 대한 갭이 큰것으로 알고있으며, 원만히 이뤄지길 바란다"며 이어"4월 20일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그날 까지 최종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2009년 해고는 부당하다며 세아제강에 복직 권고 처분을 내렸으나 세아제강은 오랜 기간 경력이 단절돼 새로운 직무 교육을 하기가 어렵고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복직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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