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경기 불황 속에 '합리적 소비'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1천원대 편의점 원두커피 매출이 1년사이 네 배로 증가했다.

 

반면 기존 3천~4천원대 가격의 커피전문점의 경우 소비침체 등에 매출이 오히려 줄어드는 등 고전하고 있다.

▲     1천만원대 커피머신까지 도입

 

◇ 1천만원대 커피머신까지 도입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분기(1~3월)까지 주요 편의점의 원두커피 매출은 많게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네 배 수준까지 뛰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자체 브랜드(PB) 원두 드립커피 '세븐카페'의 매출이 작년 동기의 3.96배로 집계됐다.

 

세븐일레븐은 작년 1월부터 버튼 한 번만 누르면 40초 뒤 원두커피가 나오는 커피머신을 점포에 두고 '세븐카페'라는 브랜드의 원두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아메리카노 기준 작은 컵(레귤러) 1천원, 큰 컵(라지) 1천500원 수준이다.

 

GS25의 원두커피 매출도 같은 기간 2.92배로 불었다.

 

GS25는 앞서 지난 2008년 이후 칸타타·쟈뎅 등의 브랜드로 즉석 원두커피를 판매하다가 지난해 12월 '카페25(Cafe25)'라는 자체 브랜드 원두커피를 내놨다.

 

한 대에 1천300만원에 이르는 스위스산 커피머신이 뽑아내는 '카페 25' 원두커피 한 잔 값은 1천원에 불과하다.

 

씨유(CU)에서도 1분기 에스프레소 원두커피 매출은 1년전보다 62%나 늘었다.

씨유는 작년 12월 '카페 겟(Cafe GET)'이라는 원두커피 PB를 선보이고 12온스(약 340g) 아메리카노 한 잔을 1천200원에 팔고 있다.

 

씨유에서는 커피 인기와 더불어 커피와 잘 어울리는 마카롱·빅(Big)슈·롤케이크 등 냉장 디저트류 매출도 같은 기간 작년 1분기의 4.9배까지 급증하는 등 커피가 전체 편의점 성장을 이끌고 있다.

▲   편의점커피

◇ 여름 겨냥 '아이스커피' 경쟁 채비

 

여세를 몰아 편의점들은 올해에도 원두커피 사업을 대대적으로키울 방침이다.

 

세븐일레븐은 이달에만 1천개를 포함, 상반기 중 세븐카페 드립커피 머신 설치 지점 수를 3천여개까지 크게 늘릴 계획이다. 세븐카페 판매점이 현재(1천여개)의 3배로 불어나는 것이다.

 

아울러 다음달부터 세븐카페 운영점에서 도넛 등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 상품을 판매하고, 여름 성수기에는 아이스라떼류 커피 품목도 선보일 예정이다.

 

GS25도 현재 1천여개인 '카페25(Cafe25)' 점포를 올해 말까지 3배 수준인 3천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카페25 외 칸타타·쟈뎅 원두커피 판매점까지 합하면 GS25의 원두커피 취급점은 연내 5천개에 이를 전망이다.

 

아울러 여름철을 앞두고 GS25도 이달 중순께 '카페25 아이스카페라떼'를 출시할 예정이다.

 

씨유는 이미 지난달 시원하게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는 커피 신제품 '겟(GET)더치워터(330㎖·2천원)을 내놨다. 이 음료는 흔히 '더치커피(Dutch Coffee)'로 불리는 콜드브루(cold brew) 방식(찬물 또는 상온의 물을 이용해 우려낸 커피)의 커피로, 추출된 커피 원액을 물에 희석해 즐길 수 있다.

 

신세계 계열 편의점 위드미도 지난달 28일 전국 100여개 점포에서 500원짜리 원두커피 '테이크 원'(TAKE 1)을 내놓고 원두커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 커피점 점포·매출 정체·감소…"고급화가 살 길"

 

이와 대조적으로 불과 수 년전까지만해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며 호황을 누렸던 커피전문점들은 성장이 멈추거나 오히려 위축되는 추세다.

 

카페베네의 경우 2014년 912개에 이르렀던 점포 수(가맹점+직영점)가 2015년말 850개로 7%나 줄었다. 올해 들어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매장 수는 늘지 않고 그대로 850개를 유지하고 있다.

 

점포당 매출액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아 공개하기 어렵지만, 지난해 경쟁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점포당 매출이 분명히 떨어졌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선임된 최승우 대표가 점주들과 회의 등을 통해 많은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다른 커피전문점 이디야의 작년 점포당 매출도 1년전과 비교해 2% 정도 감소했다.

이디야 관계자는 "소비 침체에다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 사태까지 겹쳐 실적이 썩 좋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커피전문점 업계는 '편의점 저가 커피'를 주요 경영 위험 요소로 지목하고 방어 전략으로서 '품질 차별화'를 서두르고 있다.

 

문창기 이디야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편의점 커피에 대한 대책' 관련 질문에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작년에 여덟 차례 정도 직원들과 끝장 토론도 해봤는데, 이디야만의 '맛'을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 계속 저가 커피가 나올텐데, 우리는 정도(正道)를 걷을 방침이고, 커피랩(연구소)을 확장·이전해 연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우 카페베네 대표가 지난달 28일 간담회에서 올해 6월부터 스페셜티(최고급) 커피 메뉴를 내놓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편의점 커피 고급화 등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같은 저가 이미지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카페베네는 반대로 인테리어 등 외관에서부터 저렴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고급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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