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닮았다. 5월의 신부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은 부케를.

노오란 꽃술을 감싸 안은 새하얀 꽃잎과 못다 핀 연분홍 꽃봉오리가 바람에 춤을 추듯 일렁이는, 그대의 이름은 사과꽃이다. 마치 순백의 눈꽃을 피워내듯 무리지어 피어난 꽃은 하얀 부케처럼 눈부시게 곱다.


신부의 면사포처럼 화사한 5월의 햇살 아래 치명적 유혹의 향내를 일으키는, 그대는 사과꽃이다. 짧디 짧은 생만큼이나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향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 앞에 서면 틀림없이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사과꽃의 꽃말이 ‘유혹’ 인 이유일 테다.



흰 구름 내려앉은 마을, 새하얀 봄날의 풍경 보셨나요?




 사과꽃이 핀 과수원길은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한다발 부케같은 사과꽃. 탐스럽고 곱게 피었다




분홍 꽃비 내리듯 만발했던 벚꽃이 스러진 5월, 소백산 자락의 언덕과 산등성이에 구름같이 새하얀 사과꽃이 피어났다. 사과꽃은 탐스럽고 맛있는 열매를 얻기 위해 아주 짧은 시간 피었다 지는 꽃이지만, 여타의 꽃 못지않게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지녔다.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진 경상북도 영주는 사과의 마을로도 아주 유명하다. 우리나라 사과생산량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사과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양도 양이지만 맛 또한 기가 막힌다. 색깔이 밝고 진하며 당도가 높아 일명 ‘꿀사과’ 라 불릴 정도. 허니 영주의 어디를 가도 온통 사과꽃 천지다. 특히나 소백산 자락인 옥녀봉에서 희방사로, 또는 부석사로 들어가는 길 양편은 사과밭으로 즐비해 ‘사과꽃 꽃대궐이 펼쳐진다. 하얗게 또는 연한 분홍빛의 사과꽃으로 가득한 과수원을 거닐다보면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그윽한 향내에 흠뻑 취한다.  


 눈꽃이 나린 듯, 파도가 치는 듯 일렁이는 사과꽃밭의 추억



샛노란 민들레가 사과꽃을 더 빛나게 한다




사과꽃솎기를 해줘야 열매가 더 많이 난다

 
       열매를 맺기 전 아주 짧게 왔다가는 사과꽃풍경
 

사과꽃 향기를 맡으면서 깊은 사색에 잠기고 싶다면 부석사를 가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집으로 이름난 부석사는 여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사과꽃이 필 무렵이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부석사로 가기 길, 흰눈이 펑펑 쏟아진 듯 들과 산이 온통 새하얗게 변한 뜬바우골 마을을 만난다. 뜬바우골은 친환경 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들로 매년 사과꽃 따기 체험행사가 펼쳐지는 곳이다. 샛노란 민들레 꽃밭 위에 하얀 사과꽃이 눈이 부실정도로 반짝 반짝거린다. 짙은 사과꽃 향기에 취한 민들레 홀씨가 파아란 하늘 속으로 사라진다. 사과꽃이 만개한 과수원에서는 아주머니들의 손놀림도 바쁘다.



“사과꽃이 피면 사과꽃 솎기를 해야 해요. 쓸모없는 가지를 골라내고 실한 가지를 골라 나무 모양을 잘 잡아야 그 해 꽃도 많이 피고, 열매도 많이 얻거든요.”



과수원 주인인 신순희(57세)님의 말이다. 꽃 보고는 몰라요. 사과꽃은 하얘도 빠알간 사과 열리고…라는 어느 시인의 글처럼 빨간 사과가 맺히기 전, 이렇게나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줄은 전혀 몰랐다는 말에 가을에는 바알갛게 잘 익은 사과밭의 풍경도 이 못지않다면서 가을에 다시 한번 찾아오라고 넌지시 일러주신다.



 '화엄의 꽃' 향기 맡으며 오르는 불국토의 세계 '부석사'





파란 하늘을 이고 있는 사과꽃밭. 한 시인의 말처럼 사과꽃이 핀 부석사가 가장 아름답다.



사과꽃 풍경의 진수는 단연 부석사길. 가는 길 내내 사과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석사 일주문에서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500m의 진입로는 사계절 내내 색다른 풍경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봄에는 새하얀 사과꽃으로, 여름에는 초록의 전나무터널로, 가을에는 노오란 은행나무로, 겨울에는 눈꽃으로 피어난다. 이런 풍경 때문인지 한번 발을 머문 사람은 물론이요, 몇 번이고 발걸음한 사람도 전인미답(全人未踏)의 심정으로 다시 찾게 되는 곳 역시 부석사다.




일주문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아름다운 길

 천년고찰 부석사는 오랜역사만큼 기품있다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절 풍경은 가슴 벅차다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인 부석사는 역사는 물론 기품과 문화적 가치에서도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천년 고찰이다. 천왕문을 지나 구품 만다라를 상징하는 아홉석축을 잇는 계단을 오르자 그제야 절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부석사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 건물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석등, 조사당 등 많은 국보도 볼 수 있다. 특히나 무량수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으로 가운데 부분이 조금 불룩한 배흘림기둥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석사의 매력은 안양루에 서서 절 아래를 내려다보는 가슴 벅찬 전경이다.



 고매한 선비 정신 깃든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 '소수서원'’





       죽계천변에 선 경렴정과 취한대
 
    소수서원은 사당, 강학당, 재로 구성된다


부석사에서 내려오는 길 왼편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도 있다. 소위 조선시대 엘리트들이 모여 공부하던 사립교육기관으로 선현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 학문을 배우고 논하는 강학당, 학생들이 기숙하는 재가 기본시설이다. 서원의 입구에 들어서면 평균 300~500년 이상 된 소나무와 은행나무가 수호신처럼 서 있다. 서원 옆 죽계천변에 선 경자바위와 서원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던 경렴정, 취한대가 있다. 서원 입구에 들어서면 백운동이라 쓰인 현판의 강학당과 전사청이 있다. 강학당 바로 뒤에는 일신재와 직방재가, 오른쪽으로는 학구재와 지락재 등이 있다. 소수서원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소수박물관과 선비촌도 조성되어 있다.




     유서 깊은 고택을 원형대로 재현한 선비촌
 
    봄꽃이 핀 선비촌은 고즈넉한 정취를 더한다


영주 지방에 남아있는 명문가의 고가를 그대로 들여와 재현한 선비촌도 특히나 볼거리가 많다. 17400평의 널찍한 공간에 유서 깊은 고택 76채를 돌멩이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세어가 며 원형대로 재현하고 지역문화재인 해우당, 두암고택 등 기와집과 선비가 살던 초가, 마을정자, 물레방아, 곳집 등을 옛 모습과 똑같도록 실감나게 꾸며놓았다. 숙박체험도 가능하다 하니 아이들과 함께 교육여행으로 둘러보아도 손색이 없다.

고즈넉한 세월의 숨결 따라 걷는 죽령옛길, 그리고 무섬마을


 ‘죽령옛길’ 도 호젓하게 봄을 산책하는 코스로 그만이다. 2000여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죽령길은 1910년대까지 경상도 동북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했던 요지로 예전에는 선비들의 과거길로 불리기도 했던 곳이다. 희방사에서 죽령주막까지의 죽령옛길 2.5km는 생태관찰코스로 꾸며놓아 자연을 벗삼으며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통이 오롯이 살아숨쉬는 무섬마을


    세월이 멈춘듯한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


고매한 선비들이 걷던 과거 한양길, 죽령옛길



물 위에 떠 있는 섬마을인 문수면 수도리의 무섬마을도 가보면 좋겠다. 무섬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과 고가가 그대로 보존된 전통마을로 내성천이 마을의 삼면을 감싸듯 흐르고, 그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육지 속 섬’ 이다. 하회마을의 물동이를 꼭 빼닮았다. 다만 무섬은 하회마을이나 회룡포 마을만큼 알려져 있지 않아 한옥마을로서의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무섬마을의 명물인 외나무다리도 건너보자. 폭 30cm, 길이 150m. 나무를 덧대 만든 옛날식 다리인 외나무다리는 겨우 한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다. 다리의 역사는 이랬다. 30년 전만 해도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이어 다리를 놓고 내성천을 건너 뭍의 밭으로 일하러 갔었다. 장마가 질 때면 다리는 어김없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고, 당연히 마을사람들은 해마다 다리를 다시 놓았다고 한다. 1979년 현대적 교량이 설치되면서 사라지게 된 다리는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예전 모습으로 재현된 것이다.


나날이 삭막해지는 ‘도시의 오늘’ 대신 무섬에는 ‘옛것’ 의 아름다운이 오롯이 남아있다. 세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한옥마을, 햇살에 부서지는 은빛 모래톱 사이로 휘감아 도는 강물, 고즈넉한 외나무 다리…. 어린 시절 추억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건너보면 좋겠다.



 <영주 가볼만한 곳>



   

          소백산옥녀봉자연휴양림                       희방사역                                        희방폭포



  

                                        죽계구곡                                   소백산 철쭉제



<여행 즐기기>



◇ 부석사 찾아가는 방법

* 중앙고속도로 풍기 IC - 순흥 - 부석사

* 경부(중부)고속도로- 신갈(호법)IC - 영동고속도로 - 남원주IC - 중앙고속도로 - 서제천IC -풍기IC- 순흥 - 부석사

 ☞ 부석사 문의 : 종무소 054-633-3464

 ☞ 부석사 자세히 보기



◇ 소수서원, 선비촌 가는 방법

* 경부(중부)고속도로- 신갈(호법)IC - 영동고속도로 - 남원주IC - 중앙고속도로 - 서제천IC -풍기IC- 순흥 - 부석사방면 1km - 소수서원 - 선비촌

 ☞ 소수서원 문의 : 순흥문화유적권 관리사무소 054-634-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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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비촌 자세히 보기



◇ 죽령옛길 가는 방법

* 중앙고속도로 - 풍기IC - 지방도931호선(풍기읍방면) - 국도5호선(단양방면) - 희방사역

 ☞ 죽령옛길 자세히 보기



◇ 무섬마을 가는 방법

* 중앙고속도로 - 영주IC - 국도28호선(영주방면) - 국도5호선(안동방면) - 문수면 - 무섬외나무다리

  ☞ 무섬마을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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