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중국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1조1천319억원에 인수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중국 안방보험이 지난해부터 국내 보험사를 연달아 인수하고 있다. 지난해 동양생명을 1조1천319억원에 인수, 중국 자본 사상 처음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한 안방보험은 6일 알리안츠생명 한국 법인까지 인수했다.

 

특히 300만 달러(한화 약 34억8천만원)라는 낮은 가격에 총 자산 16조6천510억원의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했다고 발표해 보험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안방보험은 1조2천억원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을 투입해 도합 39조2천219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두 생보사를 거느리게 됐다.

 

단순 합계로 계산하면 이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에 이어 업계 5위에 해당하는 규모가 된다.

 

◇ 안방보험, 공격적 M&A로 12년 만에 급속 성장

 

안방보험은 생명보험과 자산관리 등 종합보험과 금융사업을 하는 금융사로, 중국 내에서는 5위권, 전세계 10위권 안팎의 대형 종합 보험사다.

 

2004년 중국 저장성의 자동차 보험회사로 시작해 12년 만에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안방보험은 국가와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활발하게 인수·합병(M&A)에 나서며 몸집을 키웠다.

2014년 힐튼 월드와이드로부터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19억5천만 달러에 사들이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외에도 벨기에 델타로이드 은행과 네덜란드 보험사인 비밧(vivat), 미국 보험사 피델리티앤드개런티라이프(FGL)를 인수했다.

 

지난달에도 미국 내 16개 고급호텔을 소유한 스트래티직 호텔 & 리조트를 65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지난 1년 반 동안에만 최소 230억 달러 상당의 해외자산을 사들였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다시 유명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돌연 철수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   알리안츠생명 한국 법인 

 

한국에서 안방보험의 이름이 크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가하면서다. 당시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다른 경쟁자가 없는 바람에 경쟁입찰 조건에 맞지 않아 인수가 무산됐다.

 

이어 동양생명 인수전에 나서 지난해 9월에 1조1천319억원의 가격으로 인수함으로써 중국 자본 중 처음으로 국내 금융업계에 진출했다.

 

◇ 급속 성장 이면에 중국 정치권 지원·불투명한 지배구조 의혹도 제기

 

급속도로 성장한 안방보험을 향해 중국 정치권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는 의혹의 시선도 제기된다.

 

안방보험은 창업 초기부터 중국 최대 국유 석유업체인 시노펙과 중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상하이 자동차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2010년에는 중국의 보험 감독 당국으로부터 부동산, 생명, 건강보험 영업 허가를 받으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안방보험 회장인 우샤오후이(吳小暉)는 중국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의 손녀와 결혼했고, 안방보험의 이사인 천샤오루(陳小魯)는 중국의 혁명원로 천이(陳毅)의 막내아들이다.

정치권의 지원이 있으리라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체가 불분명한 투자회사가 얽혀 복잡한 소유구조에 대한 지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4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안방보험의 주주는 시노펙과 상하이자동차 등 몇몇 기업에 불과했지만 2014년 말에 갑자기 31개의 법인이 새로운 주주로 등장했다.

 

모두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회사, 부동산 회사, 자동차 회사다.

 

WSJ은 2014년 안방보험 투자에 나선 법인 중 아홉 곳은 모두 2012년 12월에서 2013년 1월 사이에 쓰촨(四川)성에서 무더기로 등록된 업체라고 전했다.

 

회사 등기에 따르면 베이징에 기반을 둔 몇몇 법인은 똑같은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안방보험이 지난해 독일 보험업체 비밧을 인수하자, 안방보험의 신용등급을 산정할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며 비밧의 등급평가를 중단하기도 했다.

 

◇ 국내에서는 동양생명 인수 후 '조용한 행보'…추가 M&A 나설지 관심

 

안방보험은 국내에 진출한 이후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인수가 완료된 이후 동양생명에는 안방보험 출신의 뤄젠룽·장커 상임이사와 야오다펑 비상임이사 등 3명이 새로운 이사진으로 참가했다.

 

사외이사로도 리훠이·푸창·하상기·김기홍·허연 이사 등 5명이 새로 선임됐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 언론매체 등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며 안방보험의 경영전략 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구한서 사장을 연임시키는 등 실제 경영전략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주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동양생명 내부의 평가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모바일 등 새로운 채널에 대한 관심을 보여 관련 TF를 꾸려 연구에 나서는 등의 변화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경영의 연속성을 지키고 있다"며 "구조조정 등의 이슈도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 자본의 공격적인 국내 진입에 대한 반발 여론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인수가 무산됐을 때에도, 경쟁입찰 조건이 맞지 않았다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 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닌 우리은행이 중국 자본에 넘어가면 우리 기업의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안다"며 "지금도 국내 금융기법의 유출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어려움에 직면한 생명보험시장에서 안방보험이 계속 '큰 손'으로 나서느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ING생명, PCA생명, KDB생명 등이 앞으로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들의 잠재적 인수 후보를 거론할 때 안방보험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안방보험 측 관계자는 "이름이 자꾸 거론되고 있지만, 앞으로 전략은 이야기할 수 없다"며 "루머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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