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4·13 총선 이후 정부가 경제 정책에 박차를 가할 태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펴는 통화정책은 총선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지만 새롭게 짜여진 정치 구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꺼내 든 '한국판 양적완화'나 정부의 재정정책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이나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함으로써 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려면 한은이 정부 보증 없는 채권을 입수할 수 있도록 한은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야당의 반대가 심한 만큼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수 있지만, 야당에 발목이 잡히면 어려울 수 있다. 양적완화나 재정 추가투입 등이 힘들어지면서 정부와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재정·통화정책을 확대할 여력이 있다며 "현재 1.5%인 한국의 기준금리가 주요국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통화정책은 한은의 몫이라고 강조해온 발언과 달리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한은 금융통화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교체되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오는 21일부터 새롭게 금통위에 합류한다.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이들 중 3명이 국책연구기관 출신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물가안정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비둘기파'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앞으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내수도 더디게 회복될 경우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되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도 줄어들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도 많이 완화됐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빠르게 좋아지기 어려운 만큼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될 것 같다"며 "최근 국내에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등 금리 인하의 리스크도 줄었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기준금리 인하에 적지 않은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 씨티은행, 바클레이즈는 한은이 4월에 2분기 성장률을 하향조정하면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뉴욕 팔래스호텔에서 해외투자자, 글로벌 금융기관 이코노미스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 참석해 발표를 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은은 오는 19일 금통위 정기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수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다소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전망치 3.0%를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이체방크는 한은이 새로운 금통위원을 중심으로 올해 6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동결 기조를 유지해온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1.5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 부채나 기업 구조조정에 미칠 악영향 등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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