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위기


 

[중앙뉴스=신주영기자]진보 성향의 경제학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8일 "재벌과 노조, 은행, 정부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신속한 구조조정에 착수하지 않으면 모두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는 ▲ 세계 경제의 저성장 시대 진입 ▲ 중국 기업과의 본격적인 경쟁 시대 도래 ▲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실패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조선, 해운, 철강 등의 구조조정이 거론되지만, 지금의 구조조정 시스템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않는 무능한 시스템일 뿐"이라며 "이러한 구조조정 시스템으로는 한국 경제의 회생은 결코 도모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재벌·노조·채권단·정부 등 구조조정의 주체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능력 없는 재벌이 경영권에 집착해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은 기업이 망하는 지름길일 뿐"이라며 "지배주주는 투자지분 이상의 법률적 책임이 있으며, 이를 저버릴 때 채권단이나 주주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 부실의 책임은 지지 않은 채 지분 매각에만 급급했던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나 사재출연을 거부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지배주주가 희생을 거부하는데 누가 기업을 살리려고 나서겠느냐는 지적이다.

 

노조도 정규직의 고용 안정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 모두 고용유지 능력이 없다는 엄혹한 사실을 노조는 직시해야 할 것"이라며 "노조가 이를 직시하지 않고 기득권에만 집착하면 사회적 신뢰를 잃어 결국 망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노조가 고용 유지에만 집착하면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먼저 잘라야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임금 삭감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자구 노력에 나서고 비정규직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일 때, 정부와 사회가 이들의 고용 안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도 부실을 회피하려는 소극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은행이 충당금 적립을 모면하기 위해 기업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회피하다가는 언젠가 장부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결과를 맞게 된다"며 "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지고 적기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국책은행 CEO에 실무나 구조조정 경험이 없는 사람을 '낙하산 인사'로 내려보내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최고의 전문가를 앉혀 구조조정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미국 금융안전감독이사회(FSOC)와 같은 거시건전성 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신속한 구조조정이 우선이므로 여야정 협의체로 당면한 현안의 해결에 당장 달려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의 참여와 동의를 구하지 못 하면 구조조정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야정 협의체에서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리 방향성을 잡아, 필요할 때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 부문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사양산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신성장산업에는 과감하게 자금을 투입해 한국 경제의 먹거리를 마련하는 역할을 금융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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