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R&D투자를 통한 기업의 불황극복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 발표
경제위기 속 지속가능한 성장 해법은 LG만의 독창성에 기반해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내는 힘이며,그 중심에 바로 R&D가 있다”(구본무 LG 회장, 09.4.18)

“연구·개발(R&D)과 기술에 SK의 미래가 달려 있다”(최태원 SK 회장, 09.4.22)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 나가겠다”(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09.5.11)

“흔히들 단기적 어려움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지속적으로 신기술·신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 08.11.3)

최근 국내외 대표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일(수) 「R&D 투자를 통한 불황극복 사례와 시사점」을 발간하고, 최근과 같은 세계적인 불황기일수록 연구개발 투자의 효과가 크다며 기업들의 선제적인 R&D 투자를 주문했다. 또 정부도 다른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R&D 투자세액공제를 늘려 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세계적인 불황기에 일부 기업들이 공격적인 연구개발투자 전략을 펼친 결과 업계 1위로 올라서는 등 시장재편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90년대초 미국의 경기침체 당시 도요타와 혼다 사례, 2000년대 초 IT버블 붕괴시 코닝과 인텔 사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시기의 캐논·아사히 사례, ‘97년 외환위기 당시 포스코의 사례 등을 들었다.

#1 90년대초, 미국 경기침체기 선제적으로 R&D 투자를 확대한 도요타 & 혼다

1980년대 경기 호황기에 미국 기업들이 인수합병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업 재무구조가 악화되었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경기침체 국면이 ‘90년대 초까지 계속됐다. 그러자 당시 GM,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긴축경영을 펼치면서 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낮췄다. 반면,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엔고로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 활발하게 미국에 진출해 현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도요타는 미국내 당초 200명이었던 연구소 인력을 ’92년에만 300명을 충원하는 등 500명까지 늘렸으며, 혼다는 미국의 핵가족화 등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95년에 신차 ‘오딧세이’를 개발, 미국시장에 출시했다.

그 결과 도요타와 혼다의 미국내 시장점유율이 불황 이후 점차 높아졌다. 특히 ’05년도 이후 도요타는 미국 시장 점유율에서 크라이슬러를 따라잡기 시작했으며, ’07년 이후에는 세계시장에서 GM을 추월했다. 혼다 역시 ‘08년 미국시장에서 크라이슬러를 추월하는 성과를 거뒀다.

* 미국생산 일본차(도요타, 혼다, 닛산) 美시장판매량 : 100만대(89)→230만(95)→279만(00)→458만(05)

#2 2000년대초, IT버블 붕괴에도 R&D에 투자한 코닝 & 인텔 미국 코닝(Corning)은 “R&D 투자를 그만둔다면, 미래가 없다”는 호튼 前 회장의 의지에 따라 경기가 좋지 않아도 ‘01년대 이후 연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2000년대 초, IT버블이 붕괴하면서 코닝은 100억 달러를 투자한 광섬유사업에서 3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게 된다. 또 경영이 어려워져 공장 12개를 폐쇄하고 인력 2만 5천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01년, ’02년에도 코닝은 R&D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광섬유 분야에서 큰 손실을 보았지만 코닝사의 경영진은 향후 광대역 통신이 발달해 기술수요가 커질 것을 전망해 ’00년 11.6%였던 R&D 비중(매출액 대비)을 ’02년에 15.1%로 높였다. 그 결과 코닝의 매출액은 ‘05년 연간 33억 달러에서 ’08년 연간 58억 달러로 늘었으며, ‘05년부터 ’08년 기간 중 순이익은 700% 이상 증가했다.

한편, 인텔(Intel)도 IT버블 붕괴 당시 영업이익률이 30% 가량 급감하는 등 위기에 봉착했으나 연구개발 투자를 계속 확대해 업계의 선두자리를 고수했다. 이에 반해 ‘고속 CPU’를 개발해 ‘99년, ’00년 연속 인텔의 3배에 이르는 성장률을 보였던 AMD社(당시 업계 2위)는 불황 이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연구개발이나 신규설비 투자를 중단했기 때문에 불황 이후 인텔을 따라잡기 못했다는 분석이다.

*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 : ① 인텔 - 10.6%(99) → 14.3%(01) → 15.1%(02) ② AMD - 22.2%(99) → 16.7%(01)

#3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동안 3대 핵심기술을 확보한 캐논 일본의 캐논(Canon)은 ‘90년대 장기불황 기간에도 광학·디지털·컬러프린터 등 3대 핵심기술의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99년 1,700억엔→ ’01년 2,100억엔→ ’03년 2,600억엔)했다. 그 결과 캐논의 매출액은 ‘03년에 3조엔, ’04년에는 4조엔을 돌파했다.

#4 ‘97년 한국의 외환위기 속 LCD·조선·철강 업계의 선제적 투자 외환위기 당시 노트북 수요가 급감하여 LCD 업계도 불황에 빠졌다. 일본업체들은 투자를 축소하거나 연기했지만, 한국의 LCD 업체들은 4세대 라인 도입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일본 등 글로벌 경쟁업체에 비해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해 주도권을 확보한 후, 여세를 몰아 R&D에 집중 투자한 결과, 5세대 라인에서도 후발업체와 기술격차를 벌리며 경쟁업체들을 시장에서 도태시키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 밖에도 ’90년대 조선업은 불황기에도 연구인력을 꾸준히 양성해 현재 우리나라의 조선업 설계인력 수는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조선업계와 4배 가량 격차를 벌려 놓은 상황이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도 ‘90년대 말 외환위기에 일본이나 EU 등 선진국이 포기한 파이넥스(FINEX)*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감행해 현재 같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 파이넥스 : 포스코 고유 제철 기술로 자연상태 가루 모양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 기존 용광로에 비해 환경 친화적이고 쇳물 제조 원가가 낮음

기업의 R&D투자 지원을 위한 정책개선 필요

전경련은 기업들이 좀 더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구개발투자 세액 공제율(대기업 기준 최대 6%)이 주요 선진국(일본 10~15%, 프랑스 10%, 영국 8.4%, 중국 12.5%)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세액공제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 세액공제 대상 범위 확대(현행은 연구개발비의 70%만 인정), △ 기술의 사업화 과정에서 정부가 초기시장을 형성해주는 등 인큐베이션 지원 확대, △ 과도한 특허유지 비용 완화 등 지식재산권 관련 제도 정비 등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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