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석유공사

[중앙뉴스=신주영기자]올해 1분기 국내 수입량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타르가 좌지우지하던 콘덴세이트가 싼값에 풀리면서 SK인천석유화학과 현대오일뱅크 등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란산 원유(콘덴세이트 포함) 수입 규모는 2천285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1만배럴) 대비 128% 급증했다.

 

SK인천석유화학이 지난해 1분기 80만배럴 수준이었던 이란산 원유를 올해 1분기에는 10배가 넘는 911만배럴을 수입했다. SK에너지는 같은 기간 517만배럴에서 764만배럴로 48% 가량 늘렸다.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610만배럴로 전년 동기(404만배럴) 대비 5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국내 정유 4사 중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곳은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뿐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경우 각각 대주주인 미국 셰브론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와의 관계 때문에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1분기 수입된 이란산 원유의 상당 부분은 콘덴세이트인 것으로 추정된다.

초경질원유로도 불리는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로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고온·고압 상태의 지하에서는 기체로 존재하지만 지상으로 끌어올리면 액체 상태의 초경질유가 된다.

 

콘덴세이트를 정제하면 원유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나프타를 생산할 수 있고 파라자일렌(PX), 혼합자일렌(MX) 등도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카타르와 이란, 미국 등이 콘덴세이트를 수출해 오다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이후 카타르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국내 정유업체들은 미국산 등으로 눈을 돌렸지만 물량 자체가 적은데다 운송비 등이 부담돼 수입 대체 효과가 미미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산이 다시 시장에 풀리면서 국내 정유업체들이 1분기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을 대폭 늘린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1조6천억원을 투자해 콘덴세이트를 기반으로 PX 등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를 이미 구축한 상태다.

 

SK인천석유화학의 콘덴세이트 스플리터(Condensate splitter)는 다른 생산시설과 달리 콘덴세이트는 물론 원유 정제도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란의 등장으로 콘덴세이트 가격은 떨어진 반면 PX 스프레드는 고공비행을 하자 SK인천석유화학은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환 SK인천석유화학 사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다른 회사와 달리 우리 콘덴세이트 스플리터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유럽,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원료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현재는 원유만을 수입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콘덴세이트 수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을 출범시키고 현재 대산공장 내에 콘덴세이트 정제공장을 짓고 있다. 공장은 오는 8월께 완공돼 연말에는 상업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의 3월 원유 수출 물량이 제재 해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데다 추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국내업체들의 이란산 원유 수입도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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