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중앙뉴스=신주영기자]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중소기업 등에 대출해준 자금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한은의 대출금은 19조6천471억원으로 작년 말 18조7천296억원보다 9천175억원(4.9%) 증가하며 20조원 선에 육박했다.

 

이같은 한은의 대출금 규모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1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은의 대출금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에도 15조원대에 머물렀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1월에는 13조원 수준에 그쳤다.

 

한은의 대출금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이 16조2천158억원이었고 지방중소기업지원프로그램이 5조9천41억원이었다.

 

한은의 대출금 증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가 증액된데다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에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고자 한은이 연 0.5∼1.0%의 저금리로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한은은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작년 4월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를 종전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리고 일부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 금리도 0.25%포인트 인하했다.

 

또 이달부터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의 신규 증액 5조원과 기존 한도 여유분 4조원 등 9조원을 추가 지원할 방침이어서 대출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작년 8월엔 산업은행의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500억원 출연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3조4천억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발권력을 동원한 특정 부문에 대한 지원은 아니지만 한은의 정부대출금(작년말 현재 1조2천801억원)과 국제금융기구 대출금(작년 말 현재 1조590억원), 증권대출(24억원) 등을 합치면 한국은행의 대출금은 21조원을 넘어선다.

 

한국은행이 빌려준 돈 외에 국내 국책은행과 공기업에 출자한 자금도 1조8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한은의 출자금 내역은 작년 말 현재 수출입은행 1조1천650억원, 주택금융공사 6천450억원 등 1조8천100억원이다.

 

한은은 금융안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으므로 경기부진으로 유동성 경색이 빚어진 부문을 지원하는 것은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지만 형평성 논란과 함께 급격히 늘어나는 유동성의 관리비용과 부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유동성 증가는 물가 상승과 화폐가치 하락을 초래하고 유동성 관리비용은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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