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1달러 짜리 크레인과,‘말뫼의 눈물’이 주는 교훈
[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1달러 짜리 크레인과,‘말뫼의 눈물’이 주는 교훈
  • 윤장섭 기자
  • 승인 2016.05.03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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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벌써 봄을 넘어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조선업의 수운주(水銀柱)는 아직도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에 머물러있다.

 

조선과 철강의 요람인 동남권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대한민국 조선산업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고민도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조선업은 철강, 자동차산업과 함께 한국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올려놓은 대표 업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TV방송 시작 과 종료 후에 나오는 애국가 영상속의 드넓은 조선소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불과 몆년전만 하더라도 조선업은 우리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생명줄이었고 한 도시의 경제를 책임지던 오아시스 였다. 불야성을 이루며 꺼질줄 모르던 용광로는 점점 식어만가고 조선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울산과 거제도가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신음하고 있다.

 

한 가지 산업이 도시를 먹여살리던 시대가 저물어 간다는 이야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지적한다.

 

해양플랜트는 해저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데 사용하는 대형 시설물을 총칭하는 용어다. 가끔 영상으로 바다 위에 세워진, 굴뚝에서 불을 뿜는 거대한 구조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오일머니(oil money) 하나로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중동과 남미다.이들 산유국들을 제외하면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오일 메이저(Oil Major)’라고 일컫는 세계 주요 에너지 회사들은 고유가 시대가 시작되자 과거에 개발이 어려웠던 심해 광구 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유가가 사상 최대로 치솟았던 200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조선사들도 이때부터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증하기 시작했다.미국발(發) 금융위기도 해양플랜트를 더욱 매력적인 사업으로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 세계의 상선 부문을 위축시켰고 물동량까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신규 상선 발주가 줄어들었다. 우리 조선업계가 상선 수주전에서 중국의 추격에 부담을 느끼던 때도 바로 이때다. 왕서방의 추격에 조선업계는 대응책이 필요했다.

 

결국 우리 조선업계는 오일머니를 거머쥐기 위해서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당시 우리는‘세계 최대 규모’,‘세계 최초’라는 말을 들어가며 기분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2013년, 국내 조선 3사의 해양플랜트 사업 수주 합산액은 250억 달러(약 28조8400억 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해양플랜트는 우리 조선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먹거리로 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기대가크면 실망도 크다는 속담처럼 잔치는 5년 만에 끝났다. 2014년부터 갑자기 유가(油價)가 곤두박질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조선업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유가의 하락은 곧 해양플랜트의 붕괴를 불러왔다.

 

해양플랜트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사업으로 수익이 보장될 때 에너지 회사들은 잠겨있던 지갑의 지퍼를 연다.

 

다수의 에너지 회사들은 늘 주판을 두두리며 도박을 한다. 고유가 시대에는 많은 원유를 확보하는 것이 곧 돈이라는 공식때문이다. 에너지 회사들은 그래서 늘 비용을 아끼지 않고 베팅을 한다.

 

그러나 최근 원유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에너지 회사들이 하나 둘씩 해양플랜트 발주를 취소하거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상선 부문 또한 마찬가지다. 조선업은 경기 순환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전형적인 순환적 산업(cyclical industry)으로, 세계 조선업은 2008년까지 호황기를 구가하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불황기를 맞았다. 결국 조선업의 불황으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2012년, 발주가 급감해 새로 발주하는 선박의 가격지수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조선소들은 살아남기위한 몸부림으로 제살 깍아 먹는줄도 모르고 저가로 물량을 확보해야 했다. 그로 인해 수익성은 떨어졌고 다수의 업체들은 자금난으로 휘청거렸다.이는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조선업이 직면한 현실이다.

 

전 세계 조선소의 숫자는 2008년 기준으로 629개였으나 2015년 7월 기준으로는 430개로 200여 개 조선소가 통폐합됐다. 이는‘전 세계 중소형 조선소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반증(反證)이다.

세계 조선업의 불황은 한국 조선업의 몰락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과거 조선업의 최 강자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말뫼'의 눈물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스웨덴과 말뫼의 자존심이었던  중량 7000t, 높이 140m짜리 골리앗 크레인이 2003년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팔렸다. 이는 당시 조선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에 밀린 결과였다.

 

크레인이 해체되던 날 스웨덴 국영방송은 매각 보도와 함께 "장송곡"을 틀었다. 말뫼 주민들은 한국으로 실려가는 크레인을 항구에서 지켜봐야 했다. 이 크레인은 이후 ‘말뫼의 눈물’로 불렸다.

 

지금 대한민국 조선업계도 사상 최대 위기에 처했고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수순이다.이제 불황기에 맞춰 공급 조정이 이뤄져야 할 때다.2016년의 ‘울산의 눈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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