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 거제조선소 

[중앙뉴스=신주영기자]국내 조선 대형 3사가 이르면 이번 주 최대 4천여명의 인력 감축을 골자로 하는 자구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비핵심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방만한 사업 구조도 조선업 위주로 단일화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는 이번 주 또는 내주까지 주채권은행에 자체 긴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이는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공식화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들 조선 빅3는 지난해 8조여 원에 달하는 적자로 자체 구조조정을 했으나 정부가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려 추가 자구책을 내놓게 됐다.

 

이들 조선 3사가 내놓을 추가 자구책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직 축소에 따른 추가 인력 감축과 조선업 위주의 계열화,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이 핵심이다. 조선 빅3는 지난해 비상 경영을 선언하며 직영 인력 2천여명 이상을 줄였으나 올해 들어 수주 가뭄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진 가운데 추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1천300여명이 옷을 벗은 현대중공업이 가장 먼저 인력 조정에 나선다.

최근 조선 관련 계열사 기존 임원의 25%에 달하는 60명을 줄인 현대중공업은 이번 주 초에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는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의 함영주 은행장이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을 만나 강력한 자구계획을 세워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9일부터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 신청에 들어갔으며 이번 자구책에는 생산직을 포함해 전체 인원의 5~10%에 달하는 2천~3천여명 가량의 감축안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천300여명을 감원했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한 데다 임원까지 25%나 줄이고 직제도 축소함에 따라 직원들도 최대 5~10% 정도 감축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금융사부터 시작해 호텔업까지 하면서 계열사만 20여개가 넘는데 이에 대한 정리 방안과 현대상선주식과 각종 토지 등을 포함한 비핵심 자산 매각도 자구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요구에 따라 조만간 구조조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수시 희망퇴직과 임원 감축을 통해 자체 구조조정을 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수순을 통해 500여명 이상이 옷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또한 조만간 추가 자구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대우조선은 2019년까지 인력 2천300여명을 감축해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서울 본사 사옥 매각 등을 통해 자금 확보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자구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추가 인력 감축과 급여체계 개편 등이 반영된 고강도 자구계획을 다시 수립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인력 감축 수준을 한해 600여명 이상 수준으로 늘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력 감축은 희망퇴직과 정년퇴직을 통한 자연 감소분인 셈인데 채권단은 이에 더 많은 감원을 요구해 매해 500여명씩 줄어드는 인력에 조금 더 감축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또한 비핵심 자산 매각에도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매각이 유찰된 청계천 사옥을 다시 파는 데 집중하고 마곡산업단지 토지 등에 대한 조속한 매각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조선 빅3의 구조조정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급물살을 타는 것은 극심한 수주 가뭄 때문이다.

 

올해 들어 4개월이 넘도록 조선 빅3가 수주한 선박은 5척에 불과하다. 평년 대비 20분의 1 수준으로 이대로 가면 내년부터는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의 절반이 비게 된다. 현재 인력의 절반 가량이 일손을 놓아야 한다.

 

이들 3사가 동시에 월간으로 수주를 전혀 하지 못한 경우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사실상 '수주 절벽'이 현실화된 셈이다. 이들 빅3의 경영진이 해외까지 나가 기존 거래처 등을 설득하고 다녔지만 조선 불황에 발주하겠다는 업체를 찾지 못했다.

 

조선 빅3가 잘나가던 시절에는 분기당 100여척씩 했던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나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올해 들어 4월까지 각각 3척과 2척을 수주했으나 삼성중공업은 아예 수주 소식이 끊겼다.

 

문제는 5월 이후의 상황도 암울하다는 점이다.

조선업계 내부에서는 '수주 절벽' 현상이 올해 뿐 아니라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호재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들 조선 빅3의 올해 1분기 실적 부진도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조원 단위 적자에 비해서는 좋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수만명이 근무하는 대형 업체의 정상적인 경영 실적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1분기 2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전분기보다 9.1% 줄어든 3조5천321억원에 불과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 10조2천728억원, 영업이익 3천252억원, 당기순이익 2천445억원을 기록해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조선 부문이 아니라 정유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1분기에 매출 2조5천301억원, 영업이익 61억원, 당기순이익 159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그러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영업이익은 76.8%가 각각 줄면서 '어닝 쇼크'를 연출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만 보면 작년보다 상황이 좋아지는 듯 보이지만 이는 작년에 해양플랜트 악재로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데 따른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면서 "전 세계적인 조선 불황에서는 몸집을 줄여 오래 버티는 것만이 살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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