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남북총리회담 성사시켜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분단 후 첫 남북총리회담 이끈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향년 94세로 10일 별세한 강영훈 전 국무총리는 노태우 정부 시절 남북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총리회담을 성사시키며 우리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별세했다.    

 

평북 창성 출신의 강 전 총리는 1922년생으로 일제 강점기 때 만주 건국대를 다니다가 학병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광복 후에는 한국군 창군을 주도한 뒤 육군으로 복무했다.

 

6·25 전쟁 시, 국방부 관리국장과 육군 제3군단 부군단장을 지냈으며, 국방부 차관, 연합참모회의 본부장, 군단장 등을 거쳐 1960년 육군사관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중 5·16 군사정변을 맞아 동참을 거부했다가 '반혁명 장성 1호'로 서대문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 한국 외국어대 대학원장과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장 등을 거쳤다.

 

전두환 정부 때는 영국, 아일랜드, 로마교황청 대사 등을 지내며 외교관으로 활약했고, 1988년 민주화합추진위원을 거쳐 같은 해 제13대 국회에서 민주정의당 소속 전국구 의원으로 등원해 국회 올림픽특위 위원장을 역임했다.

 

초선의원이던 강 전 총리는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로 발탁돼 1990년까지 내각을 통치했다.

 

특히 재임 기간인 1990년 9월 분단 45년 만에 최초로 남북 총리회담을 성사시키면서 남북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해 10월에는 홍성철 통일원 장관과 함께 총리로는 처음으로 북한 평양을 직접 찾아 주석궁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정·관계를 떠난 강 전 총리는 지난 1991년부터 1997년까지 7년 동안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맡아 대북 지원 사업을 이끌었으며, 북한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지녔으나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이어가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이후 1993년에는 엑스포지원중앙협의회 회장과 대한에이즈협회 초대회장, 1994년 한국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장, 1996년∼2009년까지는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 총재 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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