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인권 침해하는 CS평가제도 폐지 촉구
 
 
최근 전국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노조위원장 서필상)이 농협중앙회에 ‘CS(고객만족)평가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4월 16일 노동조합 측은 ‘노동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CS평가제도를 즉각 폐기하라!’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무기한 투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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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평가제도는 농협중앙회가 지난 1992년 도입해 실시해 오고 있다. CS평가제도는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하고 금융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을 목적으로 도입했다.

지역농협의 주장은 농협중앙회가 시행하고 있는 CS평가가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좌우돼 신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각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평가’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1961년 농업은행과 구 농협을 통합하고 같은 해 8월 도지부 8개, 시·군 조합 140개(지소 383개), 특수조합 257개로 현재의 농협을 발족시켰다.
각 지역의 농업협동조합은 농업인이 모여 협동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자신의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만든 농업생산자 단체로 농업 및 생활자재 구입, 생산농산물 판매, 필요자금 조달 등 가입 조합원의 경제활동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농협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서 최대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주식회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노동조합 측은 “농협은 단순히 이방인적인 금융기관으로 구분되지 않고 지역사회의 한 일원으로 지역의 주요 대소사를 함께 하는 공동체성원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최근 농협중앙회에서는 이러한 농촌자치조직으로서의 농협보다는 금융기관으로의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고객만족(CS)평가 제도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었다.

노동조합 측은 “농협중앙회가 농민을 협동조합의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익창출을 위한 고객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협동조합의 기본정신을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뜻이다.

CS평가제도 ‘감시, 통제라는 반인권적 요소로 구성’

농협중앙회의 CS평가제도는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도입 취지와 상반되게 노동조합 측의 입장은 달랐다. 노동조합 측은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CS평가의 내용을 보면 협동보다는 경쟁, 감시와 통제라는 반인권적인 요소로 구성돼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며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농협노동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CS평가제도의 감점대상으로 두발상태 불량, 코털 및 입 냄새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경우 스타킹 미착용, 액세서리 착용, 노 메이크업 등이 감점 사유가 됐다.
노동조합 측은 “CS평가는 노동자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다. 노동자는 자신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특별히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CS평가는 노동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특히 여성노동자의 의상, 화장 등 외모에 대한 기준은 서비스의 내용보다는 외모로써 서비스를 평가하겠다는 저열한 여성비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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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의 한 관계자는 “입 냄새로 인해 감점 받은 사실이 공개된 한 조합원이 개인적인 모욕을 느끼고 회사를 관뒀다고 하는데 이는 개인의 인권을 무시한 것이다. 또한 지나친 외모 규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의 CS평가는 평가기록이 사업장별로 공개되고 있었다.
포항농협의 한 여 직원은 평가점수가 낮게 나오자 책임자로부터 “같이 근무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모욕을 당했다고 한다.

또한 점수가 낮게 나온 직원은 업무를 마친 후 혹은 출근 뒤 CS교육을 받는다거나 화장실 청소를 한다. '이것은 그나마 점잖은 편'이라고 한다. 3개월 동안 의자를 빼고 서서 근무하거나 1년간 인사 발령 유보 등의 불이익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노동조합 측은 “지역사회가 삶의 터전인 노동자에 대해 무능력자로 낙인찍음으로써 사회적 관계에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CS평가의 공개는 단순히 개인의 정보 유출(공개)이 아니라 노동자의 인격과 삶의 공간자체를 파괴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는 이 같은 CS평가로 점수를 책정해 인사이동 및 성과급을 지급한다. 
노동조합 측은 “노동자의 인사는 노동자의 역량과 다면적 평가에 기반해 이뤄지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각 사업장에서는 CS평가에 따른 인사이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노동자의 일상적 활동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한 번 또는 두 번 불시의 평가를 바탕으로 인사를 함으로서 노동자가 정당한 노동력을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자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CS평가를 담당하는 모니터 요원의 주관적 기준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역농협 조합장은 “고객에게 불친절한 조합이라도 평가자가 찾아온 그 순간에만 잠깐 친절하면 우수 조합이 된다. 평소 우리를 자주 방문하는 고객들이 점수를 매기면 받아들이겠지만 10분 정도 들렀다 가는 평가자가 객관적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에서 운영하는 모니터 요원은 약 100명으로 가용 인원 모두 용역이다. 1명의 모니터 요원이 약 30개 지점을 담당·평가하고 있다. 이 점은 평가의 객관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농업협동조합은 농협중앙회에서 실시하는 CS평가 제도는 농협의 주 고객인 농민을 위하기보다는 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강화하고 노동자들을 감시하며 통제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자신의 뜻이 받아질 때가지 결의대회를 할 것 이라고 전했다.

반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일부 지역노조에서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현재 CS평가는 14개 은행 중 11개 은행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평가제도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차후 CS평가제도가 필요 없을 시 폐지할 것이다”라고 덧붙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현재 CS평가제도는 농협중앙회 중앙본부를 제외하고 시행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본 기자가 서대문에 위치한 농협중앙회를 방문해본 결과 이곳은 CS평가제도의 역량이 미치지 않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앙본부는 99% 전화응대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농협중앙회 회장 차량이 퇴근하기 위해 방문하는 차량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고 무엇이 고객을 위함인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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