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웅 남양유업 대표가 28일 오후 선고공판을 마치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방 법원을 나서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대리점에 물량을 떠넘기는 속칭 '밀어내기' 영업을 하다 법적 처벌까지 받은 남양유업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결국 애초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과징금을 확정했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제1소회의는 지난 3일 애초 124억원이었던 남양유업 '갑질'에 대한 과징금을 재산정해 25분의 1수준인 5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과징금 124억원 중 119억원을 취소한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유통기한 임박제품 등을 강제 할당한 시기, 수량, 할당 대리점 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한 과징금 119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6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자 전국 대리점을 상대로 허겁지겁 주문수량 등 부당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로그기록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로그기록이 저장된 대리점의 컴퓨터는 이미 대부분 교체되거나 노후로 고장 난 뒤였다.

 

공정위는 전국 대리점 2천여 곳의 컴퓨터를 샅샅이 뒤졌지만 15여 곳의 컴퓨터에서 일부 기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과징금 재산정까지 이례적으로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건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전 사회적인 지탄을 받은 남양유업의 '갑질' 사건에 대한 과징금이 큰 폭으로 줄면서 남양유업이 고의로 관련 기록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남양유업 측이 대리점주의 피해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컴퓨터의 로그기록을 고의로 삭제했다는 의혹은 지난해 국회에서 처음 제기됐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9월 "남양유업이 전산 발주 프로그램인 '팜스21'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대리점주들의 피해를 밝혀줄 로그 기록을 복구가 불가능한 형태로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양유업이 2009, 2014, 2015년 세 번에 걸쳐 전산 발주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서 로그 기록을 삭제하고 이를 하드디스크에서 복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증거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공정위의 안간힘에도 남양유업에 대한 과징금 재산정이 결국 법원 판결과 동일하게 확정되면서 공정위는 한발 늦은 조사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웅 전 남양유업 대표 등 핵심 관계자들이 '밀어내기 갑질'에 대한 책임으로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정작 과징금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밀어내기 대상 품목의 매출기록, 수량 등이 파악돼야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는데 대부분 기록을 찾지 못해 매출에 비례해 부과하는 과징금은 포기해야 했다"며 "증거은폐

의혹에 대한 정황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