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권상우가 불법 영화파일 차트에서는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시네티즌이 인기 P2P 사이트와 웹하드, 동호회 및 카페 등에서 불법 영화파일 유포현황을 조사한 결과, 권상우, 이보영 주연의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DVDRip가 지난주 1위였던 [마린보이]를 밀어내고, 불법 공유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전국 관객수 70만명을 기록하는데 그치고도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은 덕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다. 특히 영화는 한류스타 권상우의 인기를 바탕으로 일본 판매 수익 및 음원 수익 등 부가판권의 활로를 모색해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불법 파일이 일본에까지 유포될 경우 수익 도달에 걸림돌이 될 게 자명한 일이다. 제작사의 불법 파일 단속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불법유포 차트 단골손님인 제이슨 스타뎀이 이번 주에는 [아드레날린 24-2]DVDRip과 [왕의 이름으로]DVDRip을 순위 안에 올리며 불법 다운로드계의 인기스타(?)임을 증명해 보였다. [데스레이스]부터 [뱅크잡], [트랜스포터:라스트미션], [카오스] 등 개봉하는 매 영화마다 불법다운로더들의 사랑을 받아 온 스타뎀이기에 그리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아드레날린 24-2]의 경우 아직 국내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이기에 수입 배급사로서는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 개봉에선 전편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지만, 스타뎀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아날로그 액션을 좋아하는 국내 일부 팬들에게는 기대작일 테니 말이다.

이 가운데 지난 주, 자막이 없는 캠버전 상태로 순위권 안에 들어와 눈길을 끌었던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이 4위로 뛰어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아직 한글 자막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데다가, 화질도 여전히 캠 버전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행여 파일이 저작권상의 문제로 지워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일까? 아니면 시각적인 쾌감이라도 미리 누려보겠다는 마음일까? 알 수 없는 불법 다운로더들의 마음이다.

이러한 형태의 인기는 [스타 트렉: 더 비기닝] 뿐 아니다.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톰 행크스 주연의 [천사와 악마] 역시 무자막 캠버전 상태로 10위에 랭크돼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짐작케 했다. 드문드문 두 영화의 게시판에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만큼은 화면 큰 극장에서 제대로 봅시다”라는 댓글이 달리고는 있지만, 양심 없는 불법 다운로더들에게 이런 호소가 통할 리 만무해 보인다.

한편 지난 주 1, 2위였던 [마린보이]VHS.XviD와 [유감스러운 도시]VHS.XviD는 5, 6위로 동반 순위 하락했다. 극장가에서 만큼이나 빠른 하락률이다. 2월 셋째주 박스오피스 1위로 등장했던 [마린보이]는 2주차에 5위로 하락한 바 있고, [유감스러운 도시]는 개봉 한 달도 안 돼, 박스오피스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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