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우려에…'장롱 속 현금' 430조원 육박

[중앙뉴스=김종호 기자] 일본은행(BOJ)이 경기를 회복시키고 디플레이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난 1월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도입했지만, 정책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일본 내 시중은행들의 수익성만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 일본의 마이너스금리 정책이 시중은행들의 수익성만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마이너스금리정책과 은행업, 일본의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쯔비시UFJ와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 리소나, 미쓰이스미토모신탁 등 일본 5대 은행그룹의 2016년 3월 결산기준 당기순이익 합계액은 2조6197억 엔으로 2015년 3월 결산 대비 5% 줄었다.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이자이익이 줄었고, 시행 기간이 2개월이 채 안 되지만 마이너스 금리정책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마이너스금리 정책이 전 기간에 영향을 미칠 2017년 3월 결산기에는 5대 은행그룹의 이자이익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당기순이익이 2조 4800억 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마이너스금리 정책에도 경기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일본의 조사업체인 제국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전국 2만343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마이너스금리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답변은 10.9%에 불과했다.

 

이처럼 마이너스금리 정책에도 경기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한 것은 일본의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나 예금금리 인하로 전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이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도입해 중앙은행 예치금에 일종의 페널티를 물리면 은행은 보유한 자금을 소화하고 예금을 줄이기 위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예금금리를 낮추지 못해 수익성만 악화하고 대출금리도 제대로 낮추지 못한 것이다.

 

▲ 마이너스 금리 우려에…일본인 '장롱 속 현금' 430조원 육박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인들이 집안에 보관하는 ‘장롱 예금’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다이이치 생명보험연구소는 일본인들이 집에 보관하는 돈이 총 40조엔(약 430조원)에 달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8%에 육박하는 액수이다.

 

구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0조엔이 매트리스 밑에서 잠자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인들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위험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지속하는 한 ‘장롱 예금’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행의 예금 이자는 0.001%에 불과해 집안에 돈을 보관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일부 당좌예금에 적용되고 있지만, 은행에 예금하면 세금을 떼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 일본인들이 집안에 돈을 보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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