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의 안전 의무만 강조

[중앙뉴스=김종호 기자]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하청업체 직원의 안전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에 하청업체의 안전 의무 내용만 있어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은 외면한 채 하청업체의 안전의무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는 하청업체에 '공사 시공 과정의 안전 및 재해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45조는 "수급사업자는 공사를 시공하면서 안전 및 재해방지를 위해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감독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라며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의무'로 명시했다.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현장대리인을 두는 것도 하청업체의 몫으로 정했다. 14조는 "수급사업자는 이 계약의 책임 품질시공 및 안전 기술관리를 위해 현장대리인을 두며 이를 미리 원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한다"고 정했다.

 

반면 표준계약서에는 원청업체의 안전관리를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정한 조항은 없다. 45조는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명시하면서 "안전 대책 마련 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에 지도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원청업체의 부당한 '갑질'을 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표준 하도급계약서가 정작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노동계는 공정위의 표준하도급계약서도 관련 법에서 정한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원청업자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만큼 공정위의 하도급계약서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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