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제주를 찾았다. 중국 관광객으로 넘쳐난다는 보도를 보면서 6월9일 제주공항에 내렸지만 아침 9시경이라 크게 붐비지 않았다. 정작 관광객의 폭주를 실감한 것은 이튿날 오후 귀경길에서다. 공항은 발 딛을 틈도 없이 꽉 찼다.

 

단체로 온 학생들은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마시고 먹는 풍경이 영락없는 돛대기시장이다. 얼마 전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도의 공기가 별로라는 보도를 접하고 굴뚝공장이 전무한 제주의 공기가 나쁘다니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막상 제주시내는 자동차 행렬이 서울 뺨친다. 전국 어디를 가도 자동차는 넘쳐난다. 5천만 인구에 3천만대 이상의 자동차 왕국이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이 내뿜는 매연가스가 바로 공기오염의 주범이다.

 

환경부에서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가 치도곤을 맞았지만 자동차 배기가스는 분명히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까지도 멍들게 한다. 그러나 이틀에 불과한 제주체험에서 공기가 현저하게 나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번에 제주에 온 것은 제6회 아시아 기후변화 교육센터 국제워크숍에 초청을 받아서다. 도착하자마자 10시부터 개최되는 워크숍에 시간을 댈 수 있었다. 오션스위츠호텔 2층 캐놀라홀에서다. 이 워크숍은 아시아기후변화 교육센터(센터장 정대연)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기후대응범국민 환경운동본부(본부장 강동형)가 공동주최했다. 이 날의 주제는 ‘탄소 없는 제주’다. 탄소제로(Carbon-Free)를 지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국내 전문 학자들과 실무책임자 그리고 미국과 태국 몽골에서 실전에 임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기조 강연은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김정욱박사가 맡았다. 그는 탄소 없는 사회를 위한 정책제언을 통하여 온실가스의 증가에 따른 과수재배지 북상문제 등 실생활과 연결된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각각의 지역사회가 생태학적인 단위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탄소 없는 사회, 쓰레기 없는 사회, 환경오염 없는 사회를 이상형으로 제시했다.

 

주제발표는 워크숍을 주관하는 정대연센터장이 직접 나섰다. 탄소 없는 사회의 패러다임은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에너지로 운영전환이 이뤄져야 하며 산업화 이전의 자연 상태의 탄소를 유지해야 하는 것임을 역설했다. 다른 나라의 탄소제로운동을 소개하며 녹색도시를 위한 실제적인 사례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미칠 친환경적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었다.

 

미국의 전 코넬대교수 제프리 맥닐리박사는 ‘자연생태계가 탄소 없는 경제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에 대해서 세계적인 권위자답게 상세한 자료를 제시했다. 물, 식량, 에너지를 설명하며 “탄소 없는 경제는 장기적 생태계 기능을 둘러싼 경제활동을 설계하고 정돈한다. 그 결과 사회적 및 환경적 위험과 생태적 희소성을 의미 있게 감축시키면서 인간의 복지와 사회적 평등을 증진시킨다.”고 결론지었다.

 

태국의 송클라대학교 찬사데 추숙교수는 저탄소 자치도시에 대한 태국의 경험을 광범위하게 강연했다. 저탄소 도시를 추진하기 위해서 왜 이것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학습을 먼저 시작해야 했으며 이들이 추진하는 잠재력을 향상시키고 평가하기 위해서 실무집단이 자치도시를 방문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음을 발표했다.

 

몽골의 휴스타이 국립공원 다스푸레 체렌델 부소장은 몽골의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정책을 설명했다. 몽골은 땅은 넓지만 인구는 적다. 대부분의 땅은 초지와 사막이다. 유목민들은 목축업에 전념하지만 수많은 호수들은 모두 물이 말라버렸다. 300만의 인구 중에서 울란바트로 등 절반이상이 도시에서 거주한다.

 

사막에서 일어나는 모래태풍은 몽골의 공기를 나쁘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수없이 많이 나오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국립환경연구원 이덕길 전 원장은 탄소 제로섬 사회구축과 시민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제의를 했으며 제주발전연구원 강진영 책임연구원은 제주 탄소 제로섬조성 추진전략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실천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의 발표가 끝난 후 강동형, 신정근, 이영웅, 임낙평, 홍현종 등 제주의 환경문제 전문가들의 토론으로 오후 늦게 워크숍은 대미를 장식했다. 시종 사회를 집행한 김태윤 선임연구원의 부드러우면서도 핵심을 집어내는 여유 있는 리드가 돋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워크숍의 핵심역할을 한 강동형본부장은 폐회사를 통하여 제주의 미래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관광객 1800만 시대를 맞이하여 제주인구는 해마다 1만 명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자동차는 하루 100대씩 늘어난다. 탄소제로의 꿈을 이뤄야만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형성되어 간다. 오늘의 워크숍은 제주의 꿈을 위한 실질적 노력이라고 결론 맺었다.

 

범사련 환경단체 대표자들은 독도기념사업회 조대용대표를 비롯하여 김진관 김용호 김갑재 김선홍 김영대 이정국 이수광 김하린 등이 참여했으며 부산에서 온 최정헌회장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6월10일 한라체육관 체험학습장에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윤상규 환경부장관과 함께 참석하여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지구를 차갑게 하자고 힘주어 역설했다. 환경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더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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