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룡’에너지 공기업 정리 못하고 미래로 가자는 말은 하지 말자!

 

정부가 14일 공공부문 최후의 보루였던 전기와 가스 시장을 민간에게 개방하겠다고 방침을 밝힌 것은 해외 자원 개발 실패에 따른 누적된 적자와 막대한 부채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는‘부실 공룡’에너지 공기업들을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더욱이 공공기관이 독점적으로 운영해온 전력 판매나 가스 도매 등, 중복 기능은 도려내고, 공공성이 약한 부분은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다. 이는‘혈세 먹는 하마’라며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에너지 공기업을 민간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체질을 바꾸어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정부가 민간사업자에게 전기와 가스를 개방하려는 이유는 상호 경쟁을 통해 가격은 더 저렴해지고 질은 더 좋아질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다시말해 현재와 같은 공기업이 독점하는 전기,가스 시장에서 경쟁을 도입해 산업 전반에 효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존재한다.전기와 가스의 특징은 가격이 올라도 국민들은 경제적인 부담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필수 공공재라는 점이다.

 

그동안 한전이 생산원가의 85% 수준의 돈만 받고 전기를 공급해온 것은 가격 통제권을 정부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착한 적자'를 감수하던 공기업의 낮은 요금과 달리, 민간기업들은 적자를 감수할 이유가 없고 더욱이 이윤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높은 요금을 받을 수 밖에 없다.따라서 전기와 가스 요금이 오르면 당장 직격탄을 맞는 건 저소득층이다.

 

민간기업이 전력 판매 사업의 99% 이상을 차지한 영국의 경우 전기요금이 치솟으면서 전기요금을 제 때 내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늘어나자 민간기업들은 아예 '사전지급제 미터기(Prepayment Meters)'를 도입했다. 미리 돈을 받고, 받은 많큼만 전기를 공급해 주는 것이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도 민간 기업에 천연가스에 대한 수입과 판매를 맡겼다. 일본의 민간기업들은 한국과 비슷한 가격에 천연가스를 수입하지만 실제 가스 요금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일본 국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한국과는 3, 4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가 전기와 가스 시장을 민간에게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을 보면 완전 민영화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전력의 판매나 또는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가스의 도입을 민간도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기업과 민간 기업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위해 경쟁을 할 것이고 사용자들도 현재의 공기업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민간사업자를 선택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누가 더 가격을 싸게 또 좋은 질의 에너지를 공급하느냐에 따라서 소비자의 선택이 다를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이든 해야만 한다. 전기와 가스는 우리 삶에서 선택을 하고 말 그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기와 가스 시장을 민간에게 개방하겠다는 정부는 국민들에게 선택의 폭을 높이려는 것이지 결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민간기업이 참여한다해도 당분간은 정부가 전기와 가스에 대한 가격통제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쟁을 통해 도입 초기에 일시적으로 전기와 가스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종국에는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게 열이면 열명 모두 공통된 생각이다.

 

문제는 정부의 가격통제권이 언제까지 가능한지의 여부다. 만일 통제권이 점차 민간사업자에게로 넘어가면 전기와 가스요금의 인상은 언제든지 가능해 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것이 우려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비자가 선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격을 함부로 높이지는 못할 것이고 소비자 역시 가격이 높은 것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소비자의 주장을 들어줄 바보들은 없다.그나물에 그밥이기 때문이다.

 

실예로 휴대전화 통신 시장이 비슷한 경우다. 그동안 정부가 단통법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지만 소수의 대기업들은 통신 시장을 과점하고 오히려 높은 이용요금을 받고 있어 통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기,가스 시장도 통신시장과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게 소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정부는 통신이나 케이블, 가스, 전기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예로 들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이같은 상품을 실제 이용하는 이용자가 극히 적어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한 채 요금만 잔뜩 올린 결과"가 되고 말았다. 

정부가 의도하는대로 시장에 참여하는 민간기업들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릴 것 같지만, 특정 대기업이 서비스를 장악하면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따라서 "국민들의 공감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민영화는 위험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유지될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정부가 통제권을 갖는 시스템은 에너지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나 가스공사가 엄청난 부채를 누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 한전은 부채가 107조에 이르고 가스공사는 32조에 이른다.

 

이런 공기업 부채는 당연히 국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고 미래 후손들에게도 큰 짐을 지우는 일이다.따라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서 싼 전기를 마구 쓰는 그런 시절은 이제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끝났다고 봐야한다.

 

전기와 가스 가격이 지금보다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 이런 걸 의미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나라들은 전기나 가스요금에 대해 개방을 하고 있다. OECD 국가 대부분은 소매를 자유화하고 경쟁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 하지 않던 일본도 몇 년 전보다 공격적으로 소매 자유화를 시도했고 그게 우리나라의 정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나라들 대부분은 에너지산업이 가지고 있는 공기업의 문제, 독점의 문제, 부채의 문제, 비효율의 문제 등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의 기능이 작동하고 가격이 결정되면 사람들은 에너지를 좀더 귀하게 느끼고 절약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고 후세대를 생각한다면 아마 이런 사회가 돼야 한다. 이런 걸 통해서 비효율은 제거하되 조금 더 비싼 에너지를 그리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그런 에너지를 쓰는 방향으로 코드가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공기업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우리나라가 다른나라에 비해 전기와 가스 요금이 너무도 많이 저렴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정부가 가격을 더 내릴 거라는 근거는 완전개방이라는 전제조건과 결합상품에 기대를 걸기 때문이지만 그것은 신기루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성장경제에 도움이 됐던 에너지 산업은 이제 얼마가지 못해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선진국형이거나 아니면 조금 더 고령화된 사회, 정체된 사회에 필요한 에너지 사업으로 변화를 꾀해야 하며 새로운 방식의 솔루션이 들어와야 된다.

 

현재와 같은 공기업 체제하에서는 IT나 전기자동차, 전기 저장장치,물리나 화학 등, 새로운 방식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미래로 가자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왜? 후손들에게 미안하니까...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