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초청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지원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연합회 초청 조찬강연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해양에 지원금을) 더 투입한다, 투입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하기 어렵다"면서도 "(지원금 추가 투입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는 국민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원칙"이라며 "(대우조선해양과 지원과 관련된) 경우의 수가 많으므로 많이 고민해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이 이미 '요주의'로 강등한 대우조선해양 여신의 건전성 분류 역시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강등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이 회장은 전했다.

 

산업은행은 2000년 보유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 채권 1조1천700억원을 출자 전환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지분율 49.7%)가 된 뒤 경영정상화를 지원해왔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수출입은행과 함께 4조2천억원의 유상증자와 신규 대출 계획을 밝히면서 해양플랜트 사업부실 등으로 위기에 빠진 조선업체에 수조원대 혈세가 투입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이달 구조조정 방향과 사업 계획을 밝히며 "회사가 반쪽이 나더라도 추가지원을 요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은 대우조선해양이 조(兆) 단위 분식회계와 전직 임직원의 배임·횡령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지적에 이동걸 회장은 "우리 쪽에서 지난 세월에 잘못한 부분이 많이 있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된 야권의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추진이나 정부 책임론 등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런가 하면 이동걸 회장은 이날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한 중견기업과 산은의 역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고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확보하려면 중견기업이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세계 시장을 이끌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초기 중견기업부터 글로벌 전문기업까지 단계별 육성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중견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올해 4월 중견기업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예비 중견기업을 포함한 전체 중견기업에 올해 23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중견기업의 활발한 해외진출을 위해 2천억원의 투자자금을 마련하고 대출 우대금리 확대, 우량 중견기업 융자 약정수수료 면제 등 중소기업 수준으로 중견기업의 대출 규정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비금융 자회사 132개에 대한 매각 계획에 대해 이 회장은 "다음 달 '특단의 IR(투자자홍보)'을 할 예정"이라며 "중견기업계가 이들 기업을 면밀히 살펴보고 특허·시장지배력·우수 인재를 가진 기업 인수를 검토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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