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미인도’진위 여부 가리려 시립미술관 측에 "천경자 그림' 제출 요구     © 중앙뉴스


국립현대미술관이 고(故) 천경자 화백(1924~2015년)의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미인도’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미인도 위작 논란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울시립미술관 측에 현재 전시 중인 천경자 씨의 그림 5점을 검찰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지난 10일 검찰이 작품 5점을 임의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며 "현재 해당 작품들이 천경자 화백 1주기 추모전에 전시 중이기 때문에 당장 제출하기는 어렵다며 작품 제출 시기를 검찰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천 화백의 그림제출 요구에 서울시립미술관 측이 난색을 표명하자, 검찰도 감정 방법과 시기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협의해 전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6월 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제출받은 '미인도'와 시립미술관에 받은 작품들의 시료를 채취해 '미인도'의 위작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한편 故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역사 재평가를 주장해 온 재야 원로 함세웅 신부(민주주의국민행동 상임대표)가 지난 16일 CNB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재규 집에서 고서화 1백여점(미인도 포함)이 나왔다는 건 신군부의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가 1979년, 10‧,26(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을 일으킨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소장품이며,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세력)가 수사 과정에서 압수해 재무부로 넘겼고 이후 문화공보부를 거쳐 현대미술관에 보관돼 왔다”고 밝혀왔다.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신군부는 김재규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호화자개장, 고려청자 등 고가 자기류, 고서화 1백여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함 신부는 “10.26사건의 재판기록 어디에도 고서화 등에 관한 기록은 없었으며, 김재규의 집에서 발견된 고서화 중에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있었다는 얘기는 신군부가 쿠데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김재규를 파렴치범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조작된 얘기”라고 강조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4월 천 화백이 직접 가짜 의혹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이하 현대미술관)은 ‘움직이는 미술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인도를 복사해 보급하고 있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천 화백이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고 언론에 알리면서 위작 논란은 25년째 진실공방이 이어저오고 있다.

 

천 화백은 임종하기 전 까지도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있느냐’며 미인도가 위작임을 주장하다 지난해 8월 생을 마감했다.

 

이후 천 화백의 유족은 국립현대미술관 측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고, 현재 검찰은 현대미술관으로부터 미인도를 제출받아 감정에 나선 상태다. 함 신부의 이번 발언은 검찰 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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