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오른쪽)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중앙뉴스=신주영기자]오는 29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됐던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 수장들의 회동이 무산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릴 ECB 주최 연례 정책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2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 참석 중인 옐런 의장은 28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연준은 덧붙였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럽 지역 언론들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가 ECB 정책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옐런 의장과 카니 총재의 ECB 정책회의 참석은 예정됐던 일정이었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결정이 이뤄진 지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질 3대 중앙은행 수장들의 회동을 통해 브렉시트 때문에 충격을 받은 국제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돼 왔다.

 

신트라에서 열리는 ECB 연례 정책회의는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와이오밍 주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정책회의 '잭슨홀 미팅'과 비슷한 위상을 가지는 회의로 여겨져 왔다.

 

이번에 예정됐던 3대 중앙은행 수장들의 모임이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지난 1월 나타났던 금융시장 불안을 가라앉혔던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고, 나아가 일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통화정책 공조를 통한 추가 유동성 공급이 발표되는 게 아니냐고 예측하기도 했다.

 

미국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의 신트라 정책회의 불참 결정에 대해 단기적인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영국이나 유럽과 더 자세하게 브렉시트 대응책을 조율하려는 신중론이 연준 내부에서 우세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브렉시트 이후 미국에서도 기준금리를 다시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연내 1번 정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우세한 상황인 반면, 유럽에서는 이미 실시한 마이너스금리 정책도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등 국가별로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의 편차가 크다는 점도 단기간 안에 공동 대응책을 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브렉시트에 대해 즉각적인 유동성 공급 같은 단기 대책보다 성장 촉진이라는 장기 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브레턴우즈위원회 연례회의 연설에서 급변하는 세계 경제여건에 미국이 대응하기 위해 "우리(미국)의 경제적 영향력과 미국민, 그리고 전 세계에 대한 가치를 고려해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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