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전문 연구기관 자유기업원(원장 김정호)은 9일 <세계로 도약하는 한국 제조업: 제조업 강국의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경제가 IMF 외환위기, 미국발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제조업 부문의 탄탄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제조업 육성에 관한 신산업정책 도입 및 이론적 배경 구축 등 정부·기업·학계 등 모두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산업구조비전 2010’과 같은 적극적 산업정책을 시행, 5개 미래성장분야를 지정하고 법인세 개혁이나 산업재편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중국의 경우 특정산업에 대한 집중적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2009년 전자정보산업진흥계획에 따른 IT산업육성이 그 예다. 미국도 2010년 8월 오바마 대통령이 ‘제조업 증강법’에 서명, 이를 계기로 침체되어 있던 미국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2009년 지정된 584개의 세계일류상품 중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시장점유율 세계1위의 품목은 121개. 이 중에서 대기업 제품은 54개, 중소기업 제품은 67개로 나타났다. 즉 지금까지 몇몇 대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한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의해 그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2000년대 이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과거 가격경쟁을 위주로 한 패턴에서 기술, 품질, 브랜드 등 실질적인 경쟁력 향상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추격을 독자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이겨나가고 있다.

결국 일본이라는 기러기가 먼저 날아가고 그 뒤를 한국이나 대만이, 그 뒤를 다시 아세안이나 중국이 따라가던 안행형(雁行型, 기러기가 날아가는 형태) 산업발전의 패턴이 종료되고 이제 ‘어느 기러기가 먼저 날아가는가’(Which goose will fly first?)의 경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현재는 한국이 DRAM, TFT-LCD, 조선, 가전산업 부문에서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러한 비약적 성과에 대해 최근 외국 언론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이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경쟁력의 요인은 ▲원화약세 ▲적극적 투자와 과감한 경영판단 ▲집중적인 판매전략 ▲신흥·개도국시장에 대한 해외전략 ▲오너경영체제 ▲경합기업의 소수집약 ▲관민일체의 협조체계로 집약된다. 또한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구조심의회 산업경쟁력부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산업구조비전 2010’에서는 한국의 시장규모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물론 빅딜을 보는 시각, 정부의 역할 등에 관해서는 양국 간에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이상의 자료를 통해 일본은 대체적으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를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경쟁상대로서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자유기업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정부의 직접 개입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기반조성이라는 측면에서 신산업정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한국, 중국, 일본의 상호투자와 교역, 산업협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반환경을 구축하는 일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침체, 중국의 급부상, 한국의 도약이라고 하는 경제적인 상황은 오히려 동아시아 산업협력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거시적으로는 동아시아 공동체구상의 추진, 미시적으로는 동아시아 생산네트워크의 정비를 통해 산업협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한국, 중국, 일본의 ‘Manufacturing Triad’가 한 형태로 제시될 수 있다.

덧붙여 보고서에서는 한국 제조업의 비약적인 성과에 대해 국내에서는 심층적인 연구나 홍보활동이 별로 없으며, 서비스업 부진 및 중소기업 취약성 등 오히려 그 이면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반기업 정서나 대기업 때리기의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도록 정당한 기업 활동을 보호하고 격려하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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