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원암 : 경기도 남양주시 수락산에 위치한 암자     © 문화예술TV21

내원암 영산전

청하 권대욱

늙은 기왓장
햇살은 봄을 잊어버리고
진달래 지천이어도
여전히 머무는 가을의 낙엽

천 년을 이어온 마애불 미소
손 모아 절하는 가슴에
서리는 회한 한 줌

노보살 모은 손,
밝힌 촛불에 담긴 애절한 발원은
도솔천 무념 소향 無念 燒香에 실려가고
그 바람에 다시 일렁이는
초파일 연등

속세에 두고 온 마음은
언제 따라왔는지 끝 자락에 매달리고

감로수 한 모금에 덜어버린 세상 시름
이 길은 다시 저쪽 사바세상 가는 길
헐거운 이 몸 어디로 가야 하나
저쪽 소리 바위 긴 능선에 서산 구름 걸린다

이제 석등불빛은 가물 가물 한데
영산전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은
슬몃 산바람을 일러준다

절집 나서려니 아니온 듯 가라네.


* 내원암 : 경기도 남양주시 수락산에 위치한 암자.

오 천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문화와 예술을 찾아서 "mytv21” 권대욱시인 / 字: 聖九. 호: 淸河 1961년 경북 포항생. 계간 文藝地平 詩부문 등단. / 사진작가 / 취재, 편집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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