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 국내 보험산업이 하반기 중에 '총자산 1천조원 시대'를 열 전망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으로 국내 보험사의 총자산은 생명보험사 744조8천821억원, 손해보험사 232조7천109억원 등 모두 977조5천9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950조1천억원을 기록한 보험사의 총자산은 4개월 사이에 27조원 넘게 늘어났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이르면 이달이나 내달 말, 늦어도 하반기 중에는 보험사 총자산이 1천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 노후 관심 증대로 보험사 자산 급증…"증가세 이어질 것"

 

보험사 총자산이 1천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순수 국내자본 보험사인 조선화재(현재 메리츠화재)가 1945년 세워진 후 71년 만의 일이다.

 

조선화재 설립 후 보험사 총자산이 1997년 100조원을 돌파하기까지는 52년이 걸렸으나, 이후 보험사의 자산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총자산 200조원을 돌파한 것이 2003년으로 6년 사이에 두 배 늘어났고, 2008년에 400조원을 돌파해 5년 만에 또 두 배로 자산을 불렸다.

 

2010년 최초로 500조원의 총자산을 기록한 보험사들은 불과 6년 만에 다시 두 배로 불어난 1천조원을 기록하게 된다.

 

개별 보험사들의 자산 규모를 보면 대형사들의 편중 현상이 심한 편이다.

생보사들 중에서는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230조9천239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이고, 한화생명이 102조2천58억원, 교보생명이 88조1천647억원 등으로 뒤를 잇는다.

 

이들 '빅3'의 총자산을 더하면 421조2천944억원으로 전체의 56.6%를 차지한다.

이 밖에 NH농협생명의 총자산이 58조6천312억원, ING생명이 30조4천185억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생보사들의 자산은 모두 30조원을 하회한다.

 

손보사들의 총자산도 지난 3월말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화재가 64조1천461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해상 33조1천712억원, 동부화재 31조4천124억원, KB손해보험 27조5천162억원 등이 뒤를 잇는다.

 

'빅4'의 총자산이 156조2천459억원으로 전체의 67.3%에 이른다.

보험사의 총자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노후 불안이 꼽힌다.

 

보험연구원 윤성훈 실장은 "은행이나 금융투자업계 등과 비교해도 보험사의 자산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노후준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가계금융자산에서 금융투자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은행의 주요 자산인 가계·기업대출도 증가에 한계가 보이고 있다"며 "반대로 퇴직연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개인연금도 더 늘어날 여지가 있어 보험산업의 자산은 앞으로도 타 업종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저금리·저성장에 수익률 악화 '위기'…"자산운용 다변화 필요"

 

이렇게 보험사들이 빠른 속도로 덩치를 불리고 있지만, 미래에는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국내 보험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데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의 서울사무소는 지난 2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생명보험업계는 1990년 이래 자기자본 비용을 웃도는 이익을 내지 못해 '가치창출에 실패한 산업'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채 등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보험사들은 초저금리 환경에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형편이다.

 

1분기 말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을 3.9%로 역대 최초로 3%대까지 추락했고, 4월 말에도 3.9%를 기록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손보업계의 운용자산이익률은 1분기 말 3.63%로 생보사들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보험료 적립금에 해당하는 보험부채 적립이율이 4%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사들의 운용자산 이익률이 3%대 후반에 그친다는 것은 그만큼 역마진이 심해짐을 의미한다.

 

여기에 보험부채를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2020년 도입되면 보험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총자산 1천조원 시대'를 맞이했지만, 축포를 터뜨리기보다는 앞으로 격화될 생존경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성훈 실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률은 낮아지는데 수수료 부담은 커지고 있어 보험사들의 위험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미 많은 보험사들이 해외투자에 나선 것처럼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 돌파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권 투자만으로는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경제 활력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거나, 부동산임대업 등에 관심을 갖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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