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책에 따라 고정금리로 대출을 했다가 금리 인하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실제로 상당수 차주가 정부정책에 역행해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로 바꿨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국회 정무위)이 4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가계대출 전환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16개 은행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로 전환한 차주는 총 1만7,058명, 잔액 규모로는 1조2,484억원에 달했다.

 

2011년만 해도 변동금리 대출로의 전환 규모는 669억원(1,696명) 수준에 불과했으나, 2012년 2,741억원(5,403명)으로 늘더니, 2013년 1조6천억원(2만2천명)으로 대폭 늘었고, 2014년에도 1조2천억원(1만8천명)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전환하며 지불한 중도상환수수료는 같은 기간 156억원에 달했다.

 

고정금리 상품은 대출자가 자신의 소득 흐름에 맞춰 확실한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대출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정부도 시장 상황이 변해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자의 채무상환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발표한 이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자 하락기와 정부의 고정금리 확대정책 기간이 정확히 맞물리면서 정부 시책을 충실히 따른 고정금리 대출자만 뒤통수를 맞게 됐고, 오히려 이 기간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로 전환한 차주들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은 2012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여덟 차례 금리를 내려 기준금리가 3.25%에서 1.25%로 2%포인트나 낮아진 상황이다.

 

박용진 의원은 "임종룡 위원장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를 치적으로 홍보하지만 실적에 매몰돼 결과적으로는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놓은 셈이 됐다"며 "정부 시책을 따랐다가 손해를 본 서민들의 정부정책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월부터 은행권이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올해 들어서는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로 바꾸기가 어려워졌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으려면 상승가능금리(스트레스금리)를 추가로 적용받아 대출한도가 제한되거나 일정 한도를 넘어서는 대출액을 고정금리로 바꿔야 한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1∼5월 중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 대출로 갈아탄 대출잔액은 1천억원(1천명)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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