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2조5천억원 규모의 국내외 선박금융 원리금 전체에 대한 상환유예 협상을 벌이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한진해운이 2조5천억원 규모의 국내외 선박금융 원리금 전체에 대한 상환유예 협상을 벌이고 있다.

 

상환유예 협상에 100% 성공하면 한진해운은 앞으로 2년간 필요한 자금 1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협상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돼 선박금융 상환 유예가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한 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6일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배를 살 때 금융회사에서 빌린 자금을 뜻하는 선박금융 잔액은 국내와 해외를 포함해 모두 2조5천억원이다.

 

한진해운은 작년 말 기준으로 배를 157척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93척은 용선료를 내고 빌렸고 나머지 64척은 선박금융을 이용해 사들였다.

 

선박금융 상환 기간을 3년 연장해 부족한 자금 규모를 줄인다는 게 한진해운의 계획이다.

채권단이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천명한 상황에서 한진해운은 내년까지 부족자금 1조원∼1조2천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나마도 한진해운이 해외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 30% 조정에 성공한다고 가정했을 때 1조원, 20% 조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1조2천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용선료 협상에 실패하면 회생 자체가 어려워진다.

 

당장 부족자금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자 한진해운은 필요한 돈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선박금융 상환 기간 유예에 100% 성공하면 부족자금이 연간 3천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상환을 미루는 것이기 때문에 빚 부담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만 성공한다면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한 시간을 벌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선박금융 상환유예 협상이 용선료 협상 못지않게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은 국내 채권기관을 대상으로 선박금융 상환을 3년 연장했지만, 해외 기관을 대상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유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박금융에는 '배'라는 담보물이 있기 때문에 채권자들이 쉽게 상환유예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차하면 배를 회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세계적으로 선복량(화물적재능력)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물동량이 부족해 해상운송 운임이 낮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배를 회수해가도 다시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논리로 선박금융 채권기관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역시 협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본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사가 노력하고 있으니 지원을 해주려 한다"며 "협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성공하기만 한다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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