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이재현회장     


[중앙뉴스=신주영기자]이재현 회장의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CJ그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8.15 특별사면이 예고된 가운데 이 회장이 특사 대상에 포함되려면 형이 확정돼야 하는 만큼 재상고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재상고를 포기해도 사면이 불투명해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 자칫하면 재판을 통해 실형을 면할 유일한 기회만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상고 판결을 기다리자니 혹시 모를 사면 기회를 놓칠 수 있어 불안하다. 현실적으로 재상고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크지 않다.

 

당장은 형이 확정되면 수감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CJ가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재상고 포기와 동시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하겠지만, 법원이 이를 즉시 받아들이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이 회장의 의료진은 "현 상태에서 수감 시 치명적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2013년 8월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이 회장은 2014년 4월 구속집행정지 연장이 불허되면서 수감된 뒤 두 차례 응급실로 이송되는 등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 회장은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CMT(샤르콧 마리 투스)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과 만성신부전증 등을 치료받고 있다.

 

CMT는 사지 근육과 신경이 소실돼 심하면 사망할 수 있는 유전병으로 알려졌다.

CJ에 따르면 이 회장은 증상이 최근 빠르게 진행돼 현재 엄지와 검지 사이의 근육이 모두 빠지고 손마디가 심하게 굽어 젓가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종아리 근육은 4년새 25% 이상 빠졌고 발가락도 손가락처럼 굽어 자립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CJ그룹 관계자는 "CMT는 원래 고령으로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며,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어 근력운동과 전기치료로 최대한 진행을 늦추는 것이 관건"이라며 "그러나 제한된 공간에서 치료를 받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장이식 거부반응도 심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강도 면역억제제를 지속해서 사용함에 따라 간 수치 상승, 고혈압 및 고지혈증 악화, 부신부전증, 입안 궤양 등 복합적인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실형을 받은 데 이어 어머니 손복남 CJ그룹 고문마저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우울증이 심각해져 치료거부 증상까지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정부의 8.15 특별사면 발표 이후 재상고 포기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재상고를 포기하고 사면을 기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이에 따른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

 

CJ그룹 관계자는 "전혀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사면 발표가 나와 당황스럽다"며 "결국 최종 결정은 본인이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사면 추진 배경으로 경제 위기와 재기의 기회 마련 등을 언급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경제인 사면과 관련해 "특정 영역을 제외하는 식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특사 대상자로 이 회장을 비롯한 일부 기업인이 거론되고 있다.

CJ로서는 재상고를 포기할 경우 특사를 노린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러한 '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재상고 포기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위중하기 때문이라고 CJ는 전했다.

 

이미 법무부는 사면을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사면 검토 대상에 이름을 올리려면 고민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