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주 NXC 회장    

[중앙뉴스=신주영기자]넥슨이 김정주 회장의 오랜 친구인 진경준 검사장에게 자사 주식을 뇌물로 줬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게임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게임 업계에서는 대외 로비에 매우 소극적인 넥슨이 검사장 등 당국 고위층을 장기간 '관리'했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넥슨이 1천300억원대 부동산 매매까지 고위층을 위한 특혜 수단으로 동원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업계에서 '사태가 심상찮다'는 여론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 "장사만큼은 넥슨 못 당해"

 

넥슨 김정주 회장은 게임 업계에서 현실 감각이 탁월한 이로 꼽힌다. 내부 개발에 집착하지 않고 2000년대 초반부터 우량 게임 업체를 잇달아 인수합병하면서 넥슨의 경쟁력을 높였다.

 

특히 히트작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을 2008년 사들이고 '서든어택'으로 1인칭 총격게임(FPS) 성공기를 쓴 게임하이를 2010년 인수한 김 회장의 결정은 넥슨의 우위를 굳힌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성공적인 M&A가 창의력을 '수혈'해주는 계기였다면 치밀한 수익 모델은 넥슨에 '성장 촉진제' 역할을 했다.

 

무료 게임 사용자들이 꾸준히 아이템을 사게 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국내 최초로 선보여 현금 수입의 물꼬를 텄다. 2000년대 중반부터 게임 매출과 연동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 게임 수익을 관리하는 사내 역량도 치솟아 '장사만큼은 넥슨을 못 당한다'는 평을 얻었다.

 

▲ 진경준 검사장    

 

 

◇ 대외적리더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넥슨은 '리니지'를 만든 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 게임 업체의 양대 산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넥슨은 게임 업계의 '대외 리더' 역할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집스럽게 자사 게임 사업에만 몰두한 셈이다.

 

게임 중독 논란이나 셧다운제 도입 등 주요 현안에 앞장서 발언하고 정관계에 업계를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딱 부러지게 자기 일만 챙기고 다른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맏형 같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일부 있었다. 1위 기업의 영향력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넥슨 김 회장이 진경준 검사장에게 몰래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두고 '이해가 쉽게 안 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넥슨이 지금껏 정관계 짬짜미로 이득을 봤던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찾기 어렵고 검사장 인맥이 넥슨에 실제 이득을 줄 공산도 작다는 것이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국외 상장 기업인 넥슨의 상태를 볼 때 회사 차원에서 어떤 국내 이권이 아쉬웠는지 의문"이라며 "김 회장이 지금껏 개인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진 검사장 파문에 관한 특임검사팀 수사에서도 아직 김 회장이 진 검사장에게 어떤 편의의 대가로 자사주를 줬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 강남 부동산 파문에 '경악'

 

그러나 최근 넥슨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을 2011년 특혜로 사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게임 업계에서도 여론 변화가 일부 감지된다.

 

1천300억원이 넘는 회삿돈으로 강남의 '금싸라기' 땅을 샀다가 약 1년 만에 되팔아 그 의도가 석연치 않은 데다 사고파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넥슨이 세금 등으로 10억~30억원 손실을 떠안았다는 주장도 나왔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 게임 업체들 사이에서는 진 검사장 논란에서 넥슨을 믿어주자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건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큰 건이라 많은 이들의 생각이 돌아서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넥슨 관계자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예정된 판교 사옥 외에 서울 강남 사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해당 부동산을 샀지만 결국 판교·강남으로 사옥을 쪼개는 게 불리하다고 판단돼 강남땅을 처분했다"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비용이 발생했을 뿐이지 이를 수십억 원 손해로 볼 순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우 수석은 진 검사장과는 서울대 법대와 검찰 선후배 사이다. 2011년 넥슨이 땅을 살 당시 그의 처가는 상속세 수백억원을 내야 해 신속하게 부동산을 처분해야 할 처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 수석은 "처가 땅은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정상적으로 매매했다. 진 검사장에게 (매각 관련)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고 김 회장을 만난 적도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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