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정호윤과 내달 9일 갈라 콘서트 '테너를 사랑한 여인'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각자 목소리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노래들이에요. 서로 '꼭 불러줬으면', '한번은 해봤으면' 하고 생각하던 작품들을 들려드리는 무대입니다."

 

소프라노 임세경(41)과 메조소프라노 이아경(46)은 내달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는 갈라 콘서트 '테너를 사랑한 여인'에 대해 일종의 '사심성 기획'이라고 소개했다.

 

▲ 성악가 이아경과 임세경이 콘서트를 개최한다.   

 

임세경, 이아경에 테너 정호윤(39)까지, 국내는 물론 세계 유수의 무대에서 활약하며 실력을 입증한 정상급 성악가 세 명이 한 자리에 서는 무대다.

 

한양대 음대를 졸업하고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과 라 스칼라 극장 전문 연주자 과정을 거친 임세경은 차근차근 입지를 넓히다 지난해 1월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단)의 '나비부인'에서 주인공으로 공연해 호평을 받았다.

 

그해 8월에는 100여년 전통의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 페스티벌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오페라 '아이다'의 주역을 맡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아경은 경희대 음대를 졸업한 뒤 25세 때인 1995년 국립오페라단이 올린 메노티의 '무당'으로 데뷔하며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1년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2003년 한국인 최초로 벨리니 국제성악콩쿠르에서 1위를 한 그는 메조소프라노로서는 드물게 벨리니, 모나코, 비오티 발세시아 등 이탈리아 6개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휩쓸었다. 2004년 귀국해 모교에서 강의하면서 국내 유수의 무대에 서고 있다.

 

여기에 한국 테너 최초로 빈 슈타츠오퍼 전속 가수로 활동하며 유럽 주요 무대에 서고 있는 정호윤이 가세했다.

 

출연진만 화려한 것이 아니다. '라보엠', '나비부인', '카르멘', '아이다', '토스카', '가면무도회',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등 걸작 오페라 작품 가운데에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아리아와 중창곡들을 모아 들려준다.

 

임세경과 이아경은 이번 갈라 콘서트의 레퍼토리에 대해 각자 노래하고 싶었던 작품이자 상대가 불러줬으면 하고 바랐던 곡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2011년 국립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 2013년 서울시오페라단의 '아이다' 등의 공연 무대에 서며 친근한 사이가 됐다. 함께 노래하면 목소리는 물론 연기와 에너지까지 환상적으로 조화가 이뤄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서로에 대한 '팬심'을 키웠다.

 

이아경은 "2004년 귀국한 뒤 만난 여러 소프라노 중에서 임세경은 단연 '대어'였다. 저렇게 대포 같은 소리를 뿜어내며 리릭 소프라노로 한국을 대표할만한 가수를 만나서 기뻤다"고 칭찬했다.

 

그는 또 "임세경과 함께 무대에 서면 목소리나 에너지가 잘 맞아서 몰입이 잘돼 늘 즐겁다"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아들어가기 때문에 노래할 때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임세경도 이아경에 대해 "메조소프라노가 이런 풍부하고 폭넓은 소리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며 화답했다.

 

그는 특히 이아경이 2부 첫 곡으로 부를 '카벨레리아 루스티카나' 가운데 주인공 '산투차'의 '기도'를 언급하면서 "원래 메조소프라노를 위한 곡이지만 고음이 많이 나온다. 이를 풍성하게 표현해내는 가수가 많지 않아 소프라노가 노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선생님에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눈을 빛냈다.

 

이들은 하룻밤 공연에 고난도의 밀도 높은 아리아 레퍼토리를 빼곡히 채워 넣은 데 대해 "어떻게 다하나 싶으면서도 욕심이 났다"고 했다.

 

이아경은 그가 부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대해 "넓은 음역을 커버하면서 시칠리아 여인의 격한 성정을 표현해야 해 어렵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며 "이탈리아와 한국에서 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다른 일정과 겹쳐 못했던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는데 이번에 무대에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세경도 극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음색과 쭉쭉 뻗는 힘찬 고음을 가진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로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곡을 골랐다면서 "이번 공연으로 '이런 게 오페라구나' 하고 관객들이 느끼실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끈끈한 호흡과 애정에 불을 붙여 이번 콘서트의 아이디어를 낸 오페라 연출가 이의주는 "10년 동안 이들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낼 때 한 무대에 세우고 싶었다. 자동차로 치면 '벤틀리'급인 성악가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편안하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동시에 '가면무도회'나 '카발레리라 루스티카나'처럼 콘서트에서 쉽게 듣기 힘든 고난도의 명곡도 아울렀다"며 "앙코르곡도 깜짝 놀랄만한 곡으로 준비해 마지막까지 꽉 찬 무대를 선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내달 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고 관람료는 3만∼12만원이다. 문의 ☎ 02-3487-0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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