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 세번째)가 27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제재정연구포럼 조찬간담회에서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우리나라의 저성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제재정연구포럼 초청 강연에서 "한국의 저성장, 저물가와 관련해 통화정책도 열심히 하겠지만, 재정·구조조정 정책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양호한 재정여건은 경기 부진 및 고용위축에 대응할 여력이 있다"며 세계 주요국의 재정 상태를 비교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소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지속가능한 국가채무 최대치와 현재 국가채무 수준과의 차이) 추정치는 241.1%로 주요 11개국 가운데 노르웨이(246.0%) 다음으로 높았다.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은 미국(165.1%), 영국(132.6%), 프랑스(116.9%) 등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시간만 벌어주고 과도한 완화정책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똑같은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제로(0) 금리'까지 갈 수 없는 한계가 있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려면 통화정책의 여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나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금융불균형으로 금융기관의 위험자산 확대 및 유동성 위험 증가, 가계 및 기업의 부채 확대 등을 언급했다.

 

이는 정부와 국회에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하는 한편,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재차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총재는 앞으로 기준금리 정책 방향에 대해 "성장과 금융안정, 기대효과 등을 고려해서 적합한 정책을 찾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3% 내외로 보고 있다"며 "성장률을 결정하는 요인 중 노동과 자본의 투입은 인구 고령화, 투자 감소 등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을 심각한 문제로 꼽고 "인구 문제를 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세계 교역량 위축과 관련해선 "이제 재정·통화정책을 써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니까 보호무역주의 회귀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자유무역을 기치로 한 미국 공화당 정강에 보호무역주의가 들어갈 정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우리나라에서 구조조정의 핵심은 경제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국회가 구조조정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문제와 관련해선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생각할 때 고등학교 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지난달 출범한 경제재정연구포럼은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과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을 공동 대표로 하는 국회의원들의 연구단체다. 이날 강연에는 여야 의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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