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29일 에프엔가이드가 28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 22곳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합계를 보면 영업이익은 6%가량 늘었다.

 

작년 상반기와 견주면 매출액 합계(387조6천17억원)는 0.01% 증가에 그쳤지만 영업이익 합계(32조4천462억원)는 6.11%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9분기 만에 최대 영업이익(8조1천400억원)을 거둔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21개 기업의 실적을 보면 평가가 달라진다.

 

매출 합계 286조8천824억원, 영업이익 합계 17조6천264억원으로 작년보다 1.7%, 0.4%씩 감소했기 때문이다.

 

큰 폭은 아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뒷걸음질 친 것이다.

삼성전자 등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대체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로 인한 착시 현상인 셈이다.

 

22개 기업 중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LG전자(98.39%)였다.

 

전략 스마트폰 G5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MC 사업본부가 1천500억원대 적자를 냈는데도 TV와 가전 부문의 선전으로 이를 거뜬히 만회한 것이다.

 

그 뒤로는 LG상사, SK이노베이션, 네이버, 두산중공업, 에쓰오일, 두산,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LG화학이 차례로 2∼10위를 차지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현대제철, 포스코대우, 현대자동차, 포스코, SK텔레콤 등 7곳은 영업이익이 줄었다. 이들 기업은 대체로 매출액 규모도 감소해 국내외 시장에서 전체적으로 사업이 쪼그라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와 정유, 석유화학 등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영업이익을 올리며 간판 전자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규모 면에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5.1% 늘어난 1조9천425억원으로 가장 컸다.

LG전자는 생활가전과 TV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8.4% 증가한 5천40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13분기 만에 최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조9천494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번 만큼 고스란히 까먹은 셈이다.

 

LG디스플레이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조1천481억원 줄어드는 등 전자업종 기업 간에도 희비가 갈렸다.

 

자동차업계는 신흥시장 경기 침체로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진 가운데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차 출시 효과로 내수 판매가 받쳐주면서 선전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3조1천42억원으로 2천347억원(7.0%) 감소한 반면, 기아차는 1조4천45억원으로 2천421억원(20.8%) 늘었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들의 깜짝 실적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 악화로 작년 상반기 3천634억원 영업적자를 냈지만, 올해에는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실적 호조와 그동안의 경영 합리화 노력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8천8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5천653억원과 4천900억원으로 작년보다 23.9%, 42.8% 증가했다.

 

정유·화학업계는 저유가 상황에서도 신규 먹거리 발굴과 비용 절감을 위한 설비 투자 등으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모두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인 1조9천643억원과 1조1천347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달성했다. LG화학과 효성도 16.0%씩 영업이익을 늘렸다.

 

반면 철강 경기 불황이 계속된 탓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이 각각 5.6%, 9.3% 줄었다.

 

다만 세계 철강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실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를 뺀 주력 기업 21곳만 따질 경우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는 점은 국내 산업계에 울리는 경종이다.

 

거세지는 중국의 추격과 격화하는 경쟁을 뿌리치고 한 단계 산업 경쟁력을 격상시켜야 앞으로도 성장하는 한국 경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기업들이 열심히 노력한 데다 아직은 주요 산업의 경쟁력이 유지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산업별로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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