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주요국이 앞다퉈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면서 시중에 막대한 돈이 쏟아질 전망이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전 세계 주요국이 앞다퉈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면서 시중에 막대한 돈이 쏟아질 전망이다.

 

영국과 일본 당국은 이미 대규모 경제정책을 발표했고 중국도 지급준비율(RRR) 또는 기준금리를 내릴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0.25% 포인트 인하하고 자산매입 프로그램 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국채 매입 프로그램 한도를 반년 동안 3천750억 파운드(약 547조원)에서 4천350억 파운드로 확대하고, 다음 달부터 1년 반 동안 총 100억 파운드 규모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금융기관이 영란은행에 단기국채를 대여받아 매각하는 식으로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는 최저대출제도(TFS) 제도도 최대 1천억 파운드 규모로 시행한다.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 규모인 100억 파운드와 국채 매입 확대분 600억 파운드, TFS 1천억 파운드를 합하면 시중에 풀리는 돈은 약 1천700억 파운드, 한화로 233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완만한 경기침체에 빠져든 영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조처다. 불과 이틀 전 일본 정부는 300조원 대의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일본 정부는 28조1천억 엔(약 304조 원)을 들여 기간산업을 구축하고 저소득층에게 교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정부와 지방정부가 투입하는 신규 세출예산은 7조5천억 엔이다.

이보다 앞서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상장지수펀드(ETF)의 매입 규모를 연간 3조3천억 엔에서 6조 엔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ETF를 매입해 질적 금융완화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3일 홈페이지에 '적절한 시기에 추가적인 금리·지급준비율 인하 조치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정책 조치를 발표했다.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발개위가 직접 인민은행이 다루는 통화정책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발표 하루 만에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언급한 문장은 삭제됐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다.

 

양하이 카이위안증권 전략가는 "중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며 "기업들은 현 상황에서 고전하고 있고 발개위로서는 금리를 낮춰서 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국이 내놓은 이 같은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영국의 경우 이미 저금리인 상황에서 추가 양적 완화가 가져올 효과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씨티그룹의 한스 로렌첸 유럽 크레딧 부문장은 "회사채 매입이 영국의 경제활동에 실질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정부가 발표한 28조 엔짜리 부양책 가운데 사실상 신규 자금 투입 규모는 7조엔 선에 불과하다는 점이 맹점으로 꼽힌다.

 

일본은행도 그간 장기간 벌여온 양적 완화로 당장 매입할 국채 물량마저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한계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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