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계량기 바라보는 주민     


 

[중앙뉴스=신주영기자]한여름 '요금 폭탄' 논란에서 촉발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요구가 한겨울 심야전력 요금 인하 목소리로까지 번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도 '심야전기 요금 폭탄을 맞았다'거나 '심야전기를 아끼는 노하우'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심야전력 제도는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전기를 열 형태로 저장해 24시간 냉·난방에 이용하는 축열식 전기기기에 적용하는 요금제다. 낮 시간대에 집중되는 전력수요를 분산하고자 1985년 도입됐다. 다만 난방용 전기설비 비중이 냉방용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주로 겨울철에 사용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부와 한국전력은 관련 설비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하면서까지 심야전력 보급에 앞장섰다. 이 때문에 원룸 등 다가구 주택이나 단독주택 등을 중심으로 심야전력 설비 도입이 활발했다. 그러나 이후 10여 년 동안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사회가 고도화됨에 따라 생활패턴이나 산업구조도 변화, 더는 '밤에 전기가 남는다'는 공식이 맞지 않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과거 원자력이나 석탄 등 저원가 발전원(原)이 요즘에는 값비싼 천연가스나 중유 등으로 바뀌면서 심야전력 생산원가가 크게 올랐다.

 

정책적으로 장려하던 요금제도가 불과 10여 년 만에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실제로 김종훈 전 국회의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심야전력은 활용률이 높지만, 원가회수율이 낮아 2001∼2014년 누적 손실액이 6조3천46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로 한전은 10여 년 동안 심야전력 요금을 꾸준히 인상했다.

2004년 ㎾h당 29.8원이던 심야전력 요금(11∼2월 겨울철 기준)은 가장 최근 요금이 조정된 2013년에 76.8원으로 2.6배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용 요금(누진제 1단계 기준)이 ㎾h당 54.6원에서 60.7원으로 조정된 것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전력 공급 환경이나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불가피성을 고려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과거 정부 정책을 믿고 심야전력을 도입한 이용자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3월 이양섭 충북도의회 의원은 "심야전력 사용을 홍보하던 정부가 매년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면서 "1985년 도입 당시 일반 전력의 25% 수준이던 심야전력 요금이 지금은 87.2% 수준까지 올랐는데 전국 지자체가 의견을 모아 정부에 요금 인하를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모든 전력 계약종별 요금에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문제 제기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면서 "누진제를 비롯해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안 마련을 위해 최근 당정 태스크포스(TF)가 발족한 만큼 (심야전력에 대해서도)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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