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모습   

 

[중앙뉴스=신주영기자]한진해운이 채권단에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여전히 핵심 쟁점인 유동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이대로라면 법정관리로 가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26일 "한진해운이 25일 자구안을 제출했다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밤늦게 다시 보완된 내용을 보내왔지만, 여전히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전날 제출한 자구안에는 기존에 주장하던 4천억원보다 1천억원 가량 증액한 5천억원 수준의 유동성 확보 계획이 담겼다.

 

그러나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완전히 채권단에 다 떠넘기는 수준"이라며 "대한항공이 올해와 내년에 2천억원씩 나눠 유상증자를 하는데, 이 가운데 올해 유상증자는 12월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 부족한 유동성은 채권단이 우선 지원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채권단의 요구에 보완된 자구안을 보냈지만, 여기에서도 유동성 확보 방안이 추가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처음 자구안에는 경영권과 관련한 이야기가 없었는데, 보완해서 가져온 내용에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들어간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향후 1년 6개월 동안 1조∼1조2천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그간의 실사 결과를 토대로 업황의 회복이 늦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부족자금 규모가 1조7천억원 수준까지도 커질 수 있다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사실상 부족한 유동성의 절반도 충당하지 못하는 수준의 자구안을 내놓음에 따라, 결국 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단은 이날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6개 채권금융기관이 모인 실무자 회의에서 상황을 공유하고 경영정상화를 계속 추진할지를 논의할 계획이다.

 

실무자들은 회사의 재무상황, 경영정상화를 위해 각자 투입해야 할 자금의 규모 등을 전달받은 뒤 기관별로 내부 논의를 하게 된다.

 

이후 산업은행이 서면으로 경영정상화를 계속 추진할지 묻는 안건을 부의하고, 이에 대한 찬반 의사를 표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내주 초에는 채권단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 의견으로 결론이 나면 4개월째 이어진 조건부 자율협약은 종료되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채권단이 논의해 봐야겠으나, 지금 상태로는 법정관리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유동성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한 회사를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맞을지, 완전히 구조 개혁을 하는 것이 맞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갈 경우 부산항의 물량이 줄어드는 등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현재 해운업의 위기는 배가 넘쳐나는데 물동량이 부족하니 운임이 떨어져서 온 것"이라며 "물동량 자체가 부족한데 법정관리 때문에 대란이 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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