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직 수영 국가대표 선수들의 '몰래카메라' 사건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중앙뉴스

 

전·현직 수영 국가대표 선수들의 '몰래카메라' 사건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직 국가대표 선수가 여성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범죄 사실이 알려지면서 몰카가 일상에 만연한 범죄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대한체육회가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선수들을 관리 감독해야 할 수영연맹이 '식물 연맹'으로 전락한 상태라 정확한 진상 파악도 쉽지 않아 보인다.전직 국가대표 선수 A 씨가 진천선수촌 수영장 여성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건 지난 2013년이다.

 

경찰은 여성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A 씨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같은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A 씨 몰카의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3개월 이상 대표팀의 묵인 아래 가해자와 함께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경찰에 구속된 A 씨는 범죄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호기심 때문에 설치했을 뿐 유포 의도는 없었고 영상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범죄가 단순한 우발적인 호기심으로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몰래카메라를 설치하려면 여자 탈의실을 들키지 않고 침입해야 하며, 각종 장비를 사서 설치하는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코 우발적인 범죄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A씨의 행동이 정황상 '계획적인 성범죄' 가능성이 큰 데도 불구하고 A씨는 성범죄자로 등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몰카 범죄를 경미한 성범죄로 보고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제외 대상자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9일 국무회의를 열어 '상대적으로 가벼운 성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경우 등록 대상에서 제외하고 등록 기간을 선고형에 따라 4단계로 차등화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신상정보 등록제도에는 아동, 청소년이용 음란물소지죄로 벌금형 선고시에만 등록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개정법률안에는 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등이 포함된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년간 몰래카메라를 설치에 여성들을 촬영해왔던 죄질이 나쁜 범죄를 저지른 해당 선수는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성범죄자 알림e에 신상정보등록이 되지 않는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피해자들을 위한 법인지, 아니면 성범죄자를 위한 개정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 경찰과 별개로, 대한체육회는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관련자에게 법적 책임은 물론, 관리·감독 책임을 엄중히 묻기로 했다. 몰래카메라가 설치될 정도로 시설 관리가 허술했던 선수촌, 또 코치·감독 선에서 사건이 은폐됐다는 의혹 등이 우선 조사 대상이다.

 

전파탐지기까지 동원해 선수촌을 정밀히 조사할 예정이며 주동자들은 자격정지나 제명 등 중징계가 불가피하게 됐다.그러나 한국수영의 관리와 행정을 책임지는 수영연맹은 대한체육회가 '관리단체'로 지정한 상태다. 기업으로 치면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것,

 

수영연맹은 훈련비 횡령 사건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 3월 회장과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회 29명 전원이 물러났고 대한체육회가 관리위원회를 통해 의사 결정을 대신해주고 있다.

 

한국 수영연맹은 리우올림픽의 초라한 성적표에 이어 낯뜨거운 몰카 범죄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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