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홍방울새와 개똥지빠귀가 무슨 말을 나눌까

                         심우기

                                     

보리수 다 떨어지고 이파리 짙어지면

이파리 사이 숨어있던 홍방울새와 개똥지빠귀가 서로 안부를 묻지

너는 마음 어디까지 닿아 내려 보았냐고

정박하지 못한 영혼을 입에 물고

아무도 닿을 수 없는 깊은 바다에 던져 버렸다고

그렇게 한철 여름은 폭염으로 가고

말라비튼 나뭇가지만 바스락대는 숲 속에 길을 잃고 눈먼 새 되어

공중의 하늘을 거꾸로 날다 보면

나는 너의 웃음을 듣고 너는 나의 울음을 듣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동기들과

부화하지 못해 둥지에서 떨어져 죽은 슬픈 이야기가

바닥의 세상에선 소문처럼 떠돈다지

나귀와 노새의 만남처럼 그렇게

아무렴 우리의 밀담 같을까

아무도 너와 나의 노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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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이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많이 쓰이는 요즘이다.

  홍방울새와 개똥지빠귀는 목소리가 다르지만 서로 안부를 묻는다. 철새들이 한 철 살아내는 일처럼 인간이 한 고비를 살아내는 것 역시 고단한 일이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정국이 개탄스럽고 혼란스럽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살기가 더더욱 팍팍하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귀 기울여 흙수저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금수저 금배지는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홍방울새와 개똥지빠귀처럼 웃음도 울음도 나눌 수 있는 그런 세상이라면 얼마나 살맛 나는 세상일까? 눈먼 새처럼 얼어붙은 하늘을 거꾸로 날아본 자만이 파닥거리는 울음을 들을 수 있을것이다. 잠시 시인의 눈과 귀를 통해 들어본 아픈 영혼의 소리가 맴맴 돈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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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기 시인 /

               2011년 <시문학> 등단

              시집『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밀사』

             영미시 번역시집 『그대여 내사랑을 읽어다오』

             2012년 서울 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가천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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