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총괄회장(왼쪽)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중앙뉴스=신주영기자]롯데 창업주 신격호(95)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6)씨가 탈루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홀딩스 지분 증여세 수 천억원을 대신 내야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신격호 총괄회장이 서미경 씨와 서 씨의 딸, 이미 구속된 맏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홀딩스 지분 약 6%를 증여하는 과정에서 서 씨 등이 증여세를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국세청과 협의해 지난 20일 서미경 씨의 부동산 등 국내 전 재산을 '압류' 조치한 상태다. 문제는 이런 압류로도 탈세액 징수가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다.

 

당초 서씨와 신영자 이사장 등의 홀딩스 지분 증여 탈세 규모는 '6천억원'으로 알려졌으나, 이 액수가 탈루 세액 자체를 말하는 것인지 세금 부과 대상인 지분 증여 가치 전부를 말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만약 탈루 세액이 6천억 원이고, 알려진 대로 세 명에게 넘어간 홀딩스 지분 6% 가운데 절반인 3% 정도가 서미경 씨 몫이라면 서 씨는 적어도 3천억 원 가량의 세금을 뒤늦게라도 내야 한다.

 

일단 서 씨는 국내에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경남 김해시 상동면 토지(평가액 822억 원)를 포함해 공시가격 기준 약 1천800억원대에 이르는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롯데백화점 입점 식당을 운영하는 유원실업과 유기개발 등 4개 유한회사 지분(유한회사 출자구좌 수)도 갖고 있다.

 

서 씨의 일본 홀딩스 지분의 경우 홀딩스가 일본 기업이기 때문에 압류가 불가능하다.

압류한 서 씨의 국내 부동산과 지분 등으로도 탈루 세액의 완납이 어렵다면, 나머지는 증여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 2 제5항 1·2호'에 따르면 수증자(증여받은 사람)의 주소나 거소가 분명하지 않거나, 체납 처분을 해도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어 조세채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증여자는 증여세를 연대해 납부할 의무가 있다.

 

저가 양도 이익(대가를 냈지만 싼값에 받아 발생한 이익), 합병·증자 등의 이익에 대한 증여의 경우 연대 납부 책임이 면제될 수 있지만, 신 총괄회장이 과거 토지나 부동산을 넘겨줬듯이 서미경씨에게 홀딩스 지분을 무상 증여했다면 연대 납부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재벌닷컴은 지난해 신 총괄회장의 국내 주식과 부동산이 7천600억원에 이른다는 추정값을 밝혔으나,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일본 부동산과 지분 등까지 더하면 신 총괄회장의 재산은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재산 규모로만 보자면 연대 납부 시 세금 완납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신 총괄회장이 정신건강 문제로 지난달말 법원으로부터 '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 결정을 받아 재산 등 경제적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없는 만큼 대리인이 세금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 처지다.

 

한 변호사는 "현재 일본에 머물며 귀국하지 않는 서미경 씨에 대한 세금 징수가 어려움에 부닥치면 과세당국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연대납부를 통보할 수 있다"며 "다만 일본 롯데홀딩스가 현재 비상장 상태고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증여된 지분의 정확한 가치나 탈세액을 추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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