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금융당국이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식을 공매도한 기관투자자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미공개 정보의 2차 이상 다차 수령자에 대한 첫 적발과 처벌이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기업의 내부정보를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펀드매니저 등 2차 이상 정보 수령자의 불공정 거래를 처벌하는 쪽으로 관련 법이 작년 개정됐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지금까지 처벌된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악재성 공시를 올리기 직전 약 30분 동안 당일 공매도량의 절반이 몰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회사 내부정보가 기관투자자들에게 유출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짙어진 상황이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한국거래소는 기관투자자들이 8천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이 취소됐다는 한미약품의 악재 공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공매도에 나섰는지 확인 중이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식의 전체 공매도량 10만4천327주 중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가 올라오기 직전인 오전 9시 28분까지 이뤄진 공매도가 절반가량인 5만471주로 집계됐다.

 

이는 회사의 공시 정보가 사전 유출돼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등 기관투자자들로 넘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작년 7월까지만 해도 공시 내용과 같은 미공개 정보를 1차 정보 수령자로부터 전달받은 2차 이상 다차 수령자의 경우 처벌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2차 이상 정보 수령자의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과징금은 5억원 이하 또는 이익을 보거나 회피한 손실액의 1.5배가 5억원을 초과할 경우 1.5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로 부과된다.

 

다차 정보 수령자의 혐의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아 아직 적발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한미약품 조사 과정에서 첫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악재 공시 전 공매도는 정상적인 투자 패턴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그 전날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을 미국 기업인 제넨텍에 수출했다는 호재성 공시를 올린 터였다.

 

증권사들은 이를 근거로 지난달 30일 개장 전에 앞다퉈 '한미약품이 연타석 홈런을 쳤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등의 자극적인 찬사를 쏟아내며 한미약품 주식의 매수를 추천했는데 정작 기관 투자자들은 공매도에 몰려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미약품에서 내부 정보가 외부로 나간 전례도 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작년 10월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관련 내부 정보를 빼돌린 직원과 이 정보를 듣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적발한 바 있다.

 

한미약품은 작년 3월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에 면역질환치료제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라이선스 및 협력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내용을 전해들은 수십 명의 펀드매니저들이 한미약품 주식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증권사 애널리스트로부터 관련 소식을 전달받은 2차 정보 수령자였으나 법 개정 전에 발생한 사안이어서 처벌받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공시 전후의 한미약품 주가 흐름과 공매도 세력 동향을 집중 추적 중"이라며 "거래소의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본격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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