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금융위 기자실에서 열린 금융개혁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개혁 추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정부가 가계대출에 대해 규제에 나선 가운데 이달 들어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10월은 이사철로, 가계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지만 은행들이 대출관리에 나서 전체 은행 대출도 증가 폭이 작년 동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10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5영업일 동안 7천420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동기(1조7천788억원)에 견줘 절반 이하(약 42%)로 줄어든 것이다.

 

은행별로는 지난달 2천억원가량 늘어났던 국민은행이 이달 들어 잔액이 약 600억원 줄었다. 신한은행도 약 150억원을 줄였다.

 

국민은행은 올해에만 6조2천억원, 신한은행은 7조원씩 가계대출이 늘어났다.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일부 초과한 상황이어서 여신을 조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대 주주인 기업은행은 609억원이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특히 기업은행은 가계대출 잔액이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일부 은행들이 이처럼 가계여신을 줄인 건 정부가 최근 가계대출에 대해 '관리모드'에 들어간 것에 영향을 받아서다.

 

6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작년 말 485조6천억원에서 올해 9월 말 521조6천억원으로 36조원 넘게 늘었다. 이미 올해 제1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목표치인 37조원에 근접한 것이다.

 

특히 여름 비수기에도 가계대출이 급증세를 보이자 정부는 8.25 가계대채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금융위와 금감원은 주 1회 이상 가계부채 특별 태스크포스(TF) 회의체를 가동하며 8·25가계부채 대책의 후속 조치를 점검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에도 적극적인 구두 개입에 나서고 있다.

 

임종룡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금융회사는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차원의 금융감독원 특별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여신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아직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거나 건전성 악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부 은행은 여신을 늘렸다.

 

KEB하나은행은 10월 들어 5영업일 동안 4천억원, 농협은행은 3천억원 정도 늘렸다. 8~9월 두 달간 주택담보대출만 1조원을 줄인 우리은행도 이달 5영업일 동안에는 약 1천억원 늘렸다.

 

그러나 이들 은행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높이는 등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농협·씨티·SC 등 7개 시중은행의 8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 평균금리는 연 2.59~2.85% 수준이다. 농협을 제외한 6개 은행의 평균금리가 전월에 견줘 모두 올랐다.

 

이들 은행뿐 아니라 전체 은행권도 금리가 오름세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8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7월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2.70%로, 8개월 만에 오름세를 보였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원래 10월이면 여신 확장에 박차를 가할 때지만 지금은 당국의 규제 때문에 적극적으로 여신 유치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사철에 따라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대출은 어쩔 수 없겠지만 지점장이 나서서 대출을 독려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여신을 관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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