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304명에게 보내는 헌시

▲     © 최한나 기자


 

어떤 기도

나해철

 

 

정말

기다리는 아빠에게

가고 싶었어요

 

깊은 물속 캄캄한 방에 갇혀서

내 손발은 차디차게 식은 지 오래였고요

 

누가 와서

아버지에게 나를 데려다주길 빌었어요

내 손발 아직 따뜻했을 때

비록 나를 무참하게 버렸었다 해도,

많은 시간이 지난 이제는 제발

나를 여기서 꺼내 주길 진정 원했어요

 

매일 방파제에 내 밥을 차려놓고

기다리시는 아버지가 너무 가여워

 

며칠 남은 내 생일날 생일상 차려들고

바닷가로 나오시며

소리 없이 우시다가 결국 내 이름 목 놓아 부르실

아버지를 위해

 

내 생일까지는

나를 아버지 앞에 데려다 놓아주길 바랐어요

 

어둡고 차가운 물 밑에서도

두 눈 깜빡거리지도 않고 크게 뜬 채로

아버지 쪽만을 쳐다보며 바라보며

기도했어요

 

 

[세월로 규명시 110]

- 나해철 시집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 중에서 -

--------------------------------

  이런 시집은 세상에 다시는 나올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어 가며 감상한 시집이 있다. 얼마 전 출간한 나해철 시인의 시집인데, 시인은 감히 시집 제목을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이라고 명명했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에게 보내는 통한의 시요.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연작시 304편을 수록했다. 그 중 한 편을 소개한다.

  위 시는 아직도 (시신으로나마)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 중 한명인 소녀의 영혼으로 들어가 써내려간 110번째 시다. 이젠 ‘세월호 피로감’이라는 말도 나돌 정도로 우리는 너무나 슬펐고 통탄에 목쉬었고 주저앉지 못한 두 다리들이 아직도 부르르 떨고 있다.

  세상에 용서하지도 용서받지도 못할 죄는 없다고 하는 말도 있는 우리 민족이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사건 사고들, 전시상황도 아닌데 생목숨들이 수장되는 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 나라! 이런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난 죄가 얼마나 크기에 많은 국민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려야하는가? 감히 누가 이런 천대만대가 지나도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단 말인가? 도대체 이 시대를 무어라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잊으라 잊으라 한다. 잊지도 잊혀져서도 안될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인데도 말이다.

[최한나]

--------------------------------

나해철 시인 /

1956년 전남 나주 영산포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5월시> 동인

한국작가회의 이사 역임

시집 /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 외 7권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