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앙뉴스=신주영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사내이사) 선임 여부를 의결하게 될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가 오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의결되면 삼성전자는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 8년여 만에 오너일가의 구성원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로 다시 등재되게 된다.

 

지난 1991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약 25년 만에 이 회사의 사내이사 직위를 갖게 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그동안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등 기존 사내이사들이 선임될 당시에도 본인의 선임을 의결하는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관례였다. 따라서 직접 참석해서 취임사 등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오너일가 중에는 그동안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만이 등기이사를 맡고 있었고, 이부진 사장은 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에 취임사를 발표한 적이 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04~2008년 삼성과 소니의 합작법인 S-LCD 등기이사를 맡은 적이 있지만, 그 외에는 비등기이사로서 삼성전자의 경영과 의사결정에 관여해왔다.

이날 임시주총에는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의 분할 매각 승인 건이 1호 안건으로 잡혀있고,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건은 2호 안건으로 올라 있다.

 

삼성전자는 11월1일자로 프린팅사업부를 세계 최대 프린터업체인 미국 HP(휴렛팩커드)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10억5천만달러(약 1조1천836억원)이다.

삼성 프린팅사업부는 중국·브라질 등에 생산법인이 있고 북미에 프린팅솔루션 법인을 두고 있다.

 

임직원 규모는 약 6천명으로 삼성-HP 신설법인인 에스프린팅솔루션이 고용을 승계하게 된다.

▲ 삼성     

 

◇ 엘리엇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 찬성 의견

 

이번 주총의 2호 안건인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는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찬성할 것을 권고했으며,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20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 의견을 확정했다.

 

그 밖에 다수의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찬성 쪽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근 삼성전자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30조원 특별배당, 분할 후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 4대 사항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도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자체에는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지분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기관투자자들도 대부분 찬성 의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동안 국내 시민단체들도 오너일가의 책임경영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주요 대기업 집단 대주주의 등기이사 선임을 꾸준히 요구해온 터라 이번 안건에 딱히 반대할 명분은 없는 상황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진행하는 이번 주총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표결까지 가지 않고 주총 현장에서 주주 동의를 얻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실질적 이재용 체제 개막…전략적 의사결정 빨라진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과 함께 그동안 CFO(최고재무책임자)로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던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이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게 된다.

 

삼성전자 사내이사진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IM부문장)과 이 부회장으로 꾸려진 4인 체제로 운영된다.

 

사외이사는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 송광수 전 검찰총장,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5인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되더라도 다른 사내이사처럼 부문장 등의 직함을 갖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2007년 삼성전자 전무로 승진하면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기도 했지만, 지금은 별도로 업무 관할이 정해져 있지 않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약 11년간 등기이사로서 삼성전자 회장을 맡은 것처럼 회장직을 대행하게 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이번 등기이사 선임으로 삼성의 '이재용 체제'가 공식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약 2년5개월여 공백 기간에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의 중대 의사결정을 책임져왔다.

 

그동안 진행된 석유화학·방산부문 빅딜과 해외 혁신기업 인수합병(M&A), 그룹 사업구조 재편작업 등이 이 부회장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등기이사 선임은 앞으로 삼성전자 이사회에 직접 참석해서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동시에 이같은 경영상 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명백한 법적 지위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선임되고 나면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삼성전자의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촉발된 초유의 위기 상황을 수습하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있어서도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기업 안팎의 요구를 안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되더라도 당분간 이사회 의장직은 권오현 부회장이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대표이사 이외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에게도 개방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이와 함께 연말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이 부회장이 회장직을 맡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회장직 승진은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하는 개념인데, 삼성 내부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된 논의는 진행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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