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 "주주권리 인정하라"
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 "주주권리 인정하라"
  • 신주영 기자
  • 승인 2016.10.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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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    

[중앙뉴스=신주영기자]해태제과식품에 주주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의 노숙농성이 반 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이 나올 기미는 좀체 보이지 않고 당사자 간에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주주들이 해태제과식품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잇달아 패하면서 옛 해태제과 주식은 말 그대로 휴짓조각이 될 공산이 커졌지만 이들은 '끝까지 간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인 해태제과식품과 한국거래소는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 거래소 노숙농성 161일째…"사실상 같은 회사, 주주권 인정해야"

 

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은 한국거래소, 해태제과식품 사옥, 금융감독원 청사 등 3곳에서 연일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숙농성으로 진행되는 거래소 앞 시위는 23일 161일째가 됐다.

 

이들은 올해 초 자신들이 제기한 해태제과식품 상장중지 청구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거래소가 상장 신청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해태제과식품 등에 요구하는 것은 지금은 법인이 소멸된 해태제과의 옛 주권을 되살려 달라는 것이다.

 

해태제과식품이 사실상 해태제과와 같은 회사이니 옛 주주들에게 각자 보유한 주식만큼의 신주를 배정해 달라는 주장이다.

 

소액주주 A씨는 "투자 당시 해태제과가 어려웠지만 재기할 것으로 믿었는데 순식간에 주식이 휴짓조각이 됐고 아무런 보상도 못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해태제과식품은 이름만 다를 뿐 해태제과 상호는 물론이고 제과사업을 그대로 이어받은 만큼 옛 주주들에게 신주배정 등으로 보상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곡절은 외환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조 해태제과는 외환위기가 본격적으로 닥치기 시작한 1997년 부도가 났고, 핵심인 제과사업 부문은 2001년 7월 UBS캐피털, JP모건 등 외국계 투자업체로 구성된 UBS컨소시엄에 넘어갔다.

 

UBS컨소시엄은 해태식품제조㈜를 설립하고서 해태제과의 제과사업을 인수한 뒤 그해 11월 해태제과식품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해태제과식품은 2005년 크라운제과[005740]에 다시 인수됐고, 올해 5월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다시 입성했다.

 

그 반면에 원조 해태제과는 2001년 제과 사업을 분리하고 나서 상장 폐지된 후 하이콘테크㈜로 상호를 바꾸어 연명하기는 했으나 결국 청산됐다.

 

농성 중인 주주들은 당시 하이콘테크 주식으로 바꾸지 않은 채 해태제과 실물증권을 받아내 지금까지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옛 해태제과 주식(실물증권)이 해태제과식품 주식으로 회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이들은 2007년 주주지위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에 이어 2010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졌다.

 

또 최근에는 해태제과식품 신주 발행을 막기 위해 제기했던 소송에서 패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지난 18일 옛 해태제과 일부 소액주주들이 냈던 해태제과식품 신주발행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부적격을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옛 해태제과와 새롭게 증시에 상장된 현재의 해태제과식품은 엄연히 다른 회사여서 원고들의 주주 자격을 인정할 수 없는 만큼 이들의 요구에 따른 소송이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법원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피해보상이 이뤄질 때까지 노숙농성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 해태제과식품 "전형적인 떼법…절대 응할 수 없어"

 

해태제과식품은 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가당치도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태제과식품은 새로 설립된 별개의 법인"라며 "옛 해태제과 주권을 인정하고 보상해 달라는 주장은 전형적인 떼법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태제과의 상호를 무단·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이들이 2001년 당시 양수도 계약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일축한다.

 

현 회사의 전신인 해태식품제조㈜가 해태제과의 제과사업을 인수하면서 '해태' 브랜드를 포함한 우량자산과 부채를 모두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대전지법도 최근 판결에서 "영업양도 계약에 따라 상표권을 인수했기 때문에 해태제과식품은 해태제과의 상표와 상호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해태제과식품은 서울 남영동 사옥 앞에서 계속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집회와 시위로 기업 이미지가 손상되는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 원조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는 실물증권     

 

특정 소액주주를 상대로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손배소도 진행 중이다.

 

고위 회사 관계자는 "망해가는 회사에 투자했다가 떠안은 손실을 다른 회사에 보전해 달라는 격"이라며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과 관련해 법적 책임은 물론이고 도의적 책임조차 없다는 게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도 소음을 동반하는 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의 집회·시위가 업무를 방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서울남부지법에 집회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들의 요구에 더는 응할 게 없다"며 가처분 결과만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 피해모임 측 관계자는 "집회시간과 소음 관련 규정을 지키는 등 적법하게 시위를 하고 있다"며 법으로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끝까지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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