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영어연극 동아리 ‘EDP’ 셰익스피어 원어 연극제 1위 영예


▲ 에든버러 메인스트릿에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는 순천향대 EDP 회원들.     © 아산톱뉴스

한복 입은 도령과 낭자들이 영국을 들썩이며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분명히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이고, 줄거리도 원어 대사 그대로인데 난데없이 한복을 입은 도령들이 등장해 한국 무용을 선보인다. 고전극인가 하는 찰라, 극의 주인공 케이트는 핫팬츠에 머리를 한껏 부풀린 펑키 스타일로 등장해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지난 19일(월) 한국 셰익스피어 학회와 국립극장이 공동 주최한 ‘셰익스피어 원어 연극제’에서 순천향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소속 영어 연극 동아리 ‘EDP’(English Drama Performance)가 선보인 연극이다. 이들은 이날 대회에서 1위(작품상)를 차지했다. 말괄량이 케이트 역을 맡은 최수연(영어영문학과 4년)씨도 최우수 여자 연기자상을 받는 겹경사를 누렸다.

지난 1986년 만들어진 EDP가 수상한 6번째 상이다.

EDP는 1986년 창단해 아서 밀러(Arthur Miller) 작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으로 첫 공연을 선보인 후 2010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작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를 무대에 올리기까지 24년의 역사를 이어 오고 있다.

연극을 완성하기까지 1년여의 험난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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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라는 작품 자체가 말괄량이 케이트와 요조숙녀 비앙카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의 대립구조에 대해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최대한 대립구조를 잘 살리기 위해 동양과 서양, 페미니즘과 가부장적 이념, 국악과 전자음악, 한복과 힙합 등의 요소를 선택하게 됐죠.” EDP의 대표를 맡은 최수연 씨의 말이다.

최 씨는 “여러 요소가 대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것이 행복하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하모니가 필요하다는 게 저희 연극의 메시지예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모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연극 한 편을 완성하는 일은 그다지 순탄하거나 아름답지 않았다. 연극영화와 영어영문학과를 복수전공한 졸업생 김한백 씨를 연출로 내세우고, 영어에 관심이 있는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대부분 영어영문학과 소속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감정 표현 등의 기본적인 연기는 물론이고, 의상과 세트, 소품까지 직접 제작하다 보니 연극 1편을 완성하는데 1년여가 걸렸다.

영어 연극의 특성상 완벽하게 대사를 소화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을 보냈다. 현재는 쓰지 않는 고어가 많은 영어 대사를 학과 공부 중에 짬짬이 외우고, 원어민 교수들의 도움으로 몇 번이고 따라 말하며 완벽하게 발음 교정을 받았다.

연극을 완성하기 위해 드는 경비도 벅찼다. 학교와 학과에서 많은 비용을 지원해줬지만 그래도 부족한 경비를 만들기 위해 회원들은 사비도 털고, 한 달 동안 수고해서 받은 아르바이트 비용을 몽땅 털어 넣기도 했다.

‘EDP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으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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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연극을 들고 이들은 지난 8월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으로 떠났다.

세계 최대 예술 이벤트로 꼽히는 ‘제64회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에서 이현우 지도교수의 도움으로 영국 에든버러 스티븐슨 대학교 내 뮤직박스에서 16일과 17일 양일간 총 4회 공연을 선보였다. 열심히 준비한 연극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준다는 사실에 신나고 재미있게 공연을 펼쳤지만,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아왔던 3번째 공연 후에는 서로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한복, 한국무용 등 동양적 요소가 들어 있는 연극이다 보니 영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윤한라(영어영문학과 3년) 씨는 “연극 홍보를 위해 에든버러 메인스트릿에 한복을 입고 사물놀이패와 함께 나갔는데, 예상보다 폭발적인 반응에 놀랐어요. 독일의 방송국과 인터뷰도 하고, 플래시 세례를 받느라고 정신이 다 없을 정도였으니까요”라며 “절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취업 걱정이지만 후회는 안 한다
▲ EDP가 받은 상장.     © 아산톱뉴스

연극에 매달린 1년여의 시간은 동아리 회원들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도 됐다. 영어 연극을 준비하면서 영어 발음 교정에 완전히 성공해 하는가 하면, 연극영화 복수 전공을 선택해 진로가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바로 해냈다는 성취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4학년이니까 이제 다른 친구들처럼 자격증도 따고, 영어 성적도 만들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려고요. 시작이 좀 늦은 듯하지만, 연극에 매달렸던 시간을 후회는 안 합니다. 제가 무언가에 이렇게까지 열중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거든요. 다른 일도 이렇게만 하면 성공할 수 있겠죠?” 최 씨가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향후(10월 중 예정)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을 덜 받고 있는 아산과 천안 등 지역사회 중·고등학교를 찾아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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