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과 국회 상임위원장단, 원내교섭단체 원내대표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 새해 예산안 및 법안 심의에 앞서 소외계층 복지정책과 4대강 공사 추진 등과 관련해 초당적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또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철학으로 제시한 공정사회와 친서민.중도실용 기조, 대.중소기업 동반 발전 방안 등에 대해서도 설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는 박 의장과 정의화 홍재형 부의장,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우윤근 법사위원장과 허태열 정무위원장 등 여야의 상임위원장들이 참석했다.

9. 28(화)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초청,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 교섭단체 원내대표, 상임위원장단 만찬의 비공개 대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이다.

■ 우윤근 법사위원장= 40년 전 영국에서 ‘런던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무엇인가’라는 퀴즈가 있었는데, 그랑프리 답변은 ‘좋은 친구와 간다’였다. 여야 모두 좋은 친구가 되어서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가길 희망한다.

■ 허태열 정무위원장= 국사다망하신 대통령께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 감사하다.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이 통과된 것은 여야가 당파를 떠나 앞으로 행정 체제를 고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올해가 6.25 발발 60주년이자 경술국치 100년이다. 그런데 특히 보훈용사에 대한 국가의 배려가 너무 약하다. 이들의 헌신이 있어 오늘이 있는데 참전용사 수당 9만원은 너무 적다.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 빨리 가려면 모두 함께 가야 한다. 함께 가면 멀리 간다.

■ 김성순 환경노동위원장= 고용노동부로 부처 명칭을 바꾼 것은 참 잘된 일이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에서) 고용 부문에서 5천억원을 요구했는데 3천억원으로 조정된 것은 걱정이다. 이 부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 고용정책을 강화하신다 했는데, 이 또한 정말 잘하신 것 같다. 고용정책 강화는 주부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는 문제이므로 앞으로 주부 일자리 창출을 더 강화하는 쪽에 신경을 써 달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좁혀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박지원 원내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경험이 있는 만큼 여당 입장을 잘 이해해 주셔서 국회가 잘 돌아가는 것 같다. 감사드린다. 외교부 장관 공석이 계속되고 있는데 빨리 임명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박지원 원내대표=대통령께 6개 항의 건의를 하겠다. 첫째, 농촌을 살리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북 쌀 지원 40~50만 톤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고, 셋째, 수해피해 지역을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 넷째, 4대강 사업의 조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복지 일자리 창출 등 민생 예산이 필요하다. 여섯째, SSM법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건배를 하겠다. 대통령 내외의 건강과 대한민국의 융성한 발전, 그리고 대한민국 국회의 상생의 정치를 위하여!

■최영희 여성가족위원장=앞으로 중요한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이다. 아동이나 청소년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성가족부로 부처명을 고쳤는데 그 명칭에 아동이나 청소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 부처 명칭이 고착화되기전에 청소년 정책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부처 명칭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 달라.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여당을 해 본 경험, 야당을 해 본 경험 모두 다 여기 앉아 계신 분들이 겪은 것이다. 이것은 국가 발전의 좋은 현상이다. 여야가 서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여당이 야당 때의 일을 잊어버리거나 야당이 여당 때의 경험을 무시해 버리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여야가 전략적으로 반대할 수는 있으나 국가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생각을 같이 할 수 있다.

저는 해외에 나가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가리지 않고 여야 편을 다 든다. 크게 보면 하나라고 본다. 감사하다는 마음과 국정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말씀 거듭 드린다. 여러분들이 현안을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대화하면 오해가 풀릴 것이다. 특임장관과 대통령실장, 정무수석 모두 3선 이상의 중진 의원 출신들이다. 이 분들의 국회 경험이 앞으로 소통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금년 남은 기간 주요 현안에 대해 잘 협조해 주시고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 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을 너무 요구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정권을 잡으면 여당이 일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야당의 몫이다. 사심 없이 국정을 펴 나갈 것이고 명실상부한 공정사회를 만들어 선진국의 토대를 구축하겠다 돈만 있고 인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존경하지 않는다. 국가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이 돈만 번다는 소리를 들으면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을 수 없다. 20~30년 전의 일을 지금의 잣대로 (재단)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최선을 다해 잘되는 일에 한 몫하고 임기를 다하려고 한다. 앞으로 자주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희태 국회의장은 "대한민국의 융성을 위해 성공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계신 이명박 대통령의 건승을 기원한다. 오늘 같이 좋은 가을밤이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늘 만찬은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헤드 테이블에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오른편에 박희태 의장, 정의화 부의장,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우윤근 법사위원장, 이재오 특임장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주영 예결특위위원장, 최영희 여성가족위원장,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홍재형 국회부의장이 차례로 앉았다.

참석 상임위원장은 특위 위원장 포함, 14명이었고, 복지위원장·국토해양위원장· 정보위원장은 해외 출장 관계로 불참했다. 만찬에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전(全) 수석이 배석했다. 음식은 중국식이었고 술로는 와인과 막걸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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