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헬로비전 본사 내 모습  

 

[중앙뉴스=신주영기자]SK그룹이 K스포츠재단의 투자 요구를 거절한 시점을 전후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 심사 기류도 돌연 부정적으로 바뀐 사실이 뒤늦게 주목받고있다.

 

K스포츠재단의 기업 강제 모금 의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SK그룹이 당시 '비선 실세'의 미움을 산 점이 총력을 기울이던 인수·합병이 무산되는데 모종의 영향을 미친것 아니냐는 의혹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달 30일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이튿날 SK그룹 대관 담당 박모 전무를 조사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의 지시로 SK그룹에 80억원을 요구했다고 밝혔고, 박 전무는 그와 수차례 만나 의견을 나눈 당사자다.

 

정 전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지난 2월 29일부터 4월 20일까지 SK그룹을 세 차례 찾아가 투자를 요구했으나 SK그룹이 30억원을 역제안했고, 최순실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고 말했다.

 

박 전무도 검찰 조사에서 K스포츠재단의 투자 요구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말이 진실이라면, SK그룹의 K스포츠재단 투자가 최종 무산된 것은 SK텔레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허용을 요청한 지 140일째 되던 날로, '조건부 허용'이 유력하던 때였다.

 

잘 알려진 대로 공정위 심사는 이후 차일피일 미뤄지다 7월 4일이 돼서야 불허로 전격 결론이 났다. 공정위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 이튿날까지 모든 언론 매체가 조건부 허용이라고 오보를 할 정도로 예상치 못한 결론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반대로 인수·합병이 좌절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인수·합병 저지에 사활을 걸었던 경쟁사 KT에는 차은택씨와 친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수씨가 IMC 본부장(전무)으로 재직했고, 올해 2∼9월 차씨가 KT 영상 광고 6건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7월 말에는 KT가 승마, 경마 등 말 산업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겠다며 한국마사회와 계약을 체결했고, 황창규 KT 회장이 직접 현명관 마사회 회장과 만난 사실도 뒤늦게 눈길을 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례적인 불허 조치 배경에 뭔가 있었던 것 아닌가 곱씹어보게 된다"며 "비선 실세가 개입했을 개연성이 있지 않은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최순실씨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에 개입했을 개연성을 뒷받침 해줄 구체적 물증은 아직 없다. 업계 일각에서 나오는 이러한 관측이 단순히 '오비이락'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자체가 상식을 초월하는 사건의 연속이란 점에서 이동통신 업계에서 나오는 이같은 의혹도 검찰이 들여다 볼 가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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